어떤 문제라도 해결을 하려면 문제의 발생배경과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한국 경제의 최대과제로 등장한 일자리창출도 예외가 아니며 다음의 인식이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첫째,한국의 고용문제는 한국 경제의 최대의 문제점이라고 할 산업구조와 지출구조의 불균형에서 초래되고 있는 구조적 문제다.

둘째,이런 산업구조와 지출구조의 불균형은 대기업 중심의 수출위주 성장기조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수단들과 깊이 연계돼 있다. 즉 오랜 기간에 걸쳐 한국 경제에 내재된 시스템적 문제다.

셋째,세계시장에 있어서 노동의 주요 공급이 중국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한국뿐 아니라 모든 시장경제국들의 고용이 이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오늘의 글로벌 경제질서다.

한국 경제가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을 하거나 글로벌 고용질서를 벗어나 운영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의 산업구조가 고용이 추가적으로 유발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 이외에 고용의 확대를 가져 올 근본적인 처방을 찾기 어렵다. 고용유발 효과가 큰 내수산업,서비스 산업,중소기업의 역할과 비중이 확대된다는 것은 수요측면에서 보면 국민총지출 중 내수,그 중에서도 소비의 비중이 확대되는 쪽으로의 지출구조의 변동과 맞물려 있다.

현재의 경제구조에서도 성장이나 국제수지 흑자의 효과가 국민들의 실질소득의 증대와 직결된다면 소비수요가 증대될 수 있다. 현재의 한국 경제는 이 순환구조의 첫 단계가 깨져 있다. 경제성장과 국제수지 흑자의 효과가 국민들의 실질소득 증대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경제의 외형적 성장에 비해 실질국민소득이 낮을 뿐 아니라 내수부문이 수출 부문에 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은 구조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에 걸쳐 지속돼 온 수출위주의 성장 방식이 이런 구조를 만들어 왔고 이를 뒷받침한 가장 실효적인 정책수단은 우리 원화의 저평가(低平價)를 기조로 하는 외환수급과 환율정책이었다. 수출경쟁력 유지와 외환보유고 확대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신설된 국가고용전략회의가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대통령 주재로 두 번이나 회의를 열고 일자리 창출 대책들을 쏟아 놓았다. 각 부처 차원에서는 생각해 볼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다 담았다는 점에서 '종합적'이라 할 만하지만 대책이란 이름이 갖는 한계와 공급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어 근본적 한계가 있다.

대책이 아닌 정책을 통해서,그리고 공급 측면에서보다 수요 측면에서 고용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우선 우리 원화의 제 값을 회복하고 위기 대처를 위해서는 외환보유고의 확대보다 외환시장의 육성과 발전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등 국민의 실질소득을 높이고 소비수요의 증가로 이어지도록 하는 정책방향이 채택돼야 한다. 이런 방향이 전제된다면 최근 수립된 일자리 창출 대책들도 상당한 보완적인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정책은 고용의 증진뿐 아니라 한국 경제가 추구하는 다른 주요 목표,즉 구조전환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나 불균형의 시정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될 일시적인 수출의 축소,성장의 정체 그리고 경쟁력 없는 수출산업이나 기업의 구조조정 등 매우 큰 고통을 감내(堪耐)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경제의 세계에는 트루먼 대통령이 찾았다는,상충되는 경제적 필요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외팔이 경제 전문가'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 있어서 고용확대는 부처차원의 대책을 넘어 경제전반의 구조 전환을 이루는 장기 정책방향의 선택과 이 전환 과정의 고통을 감내하는 정책적 결단이 있을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는 과제다.

김인호 <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