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 본격 조사 시작..'첩첩산중'

도요타자동차 급발진 문제에 대한 미국 하원 청문회가 24일 마무리됐다.

내달 2일 상원 상업.과학.운수 위원회의 청문회 남아있지만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이 출석한 24일 청문회로 대부분 문제가 한 차례씩 다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미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는 23일 도요타 미국 현지 법인의 짐 렌츠 사장을 불러 리콜 대응이 왜 늦어졌는지를 엄하게 추궁했다.

렌츠 사장은 의원들의 힐난을 받고 "우리는 전 세계에 관련 정보를 잘 전달하지 못했다"면서 "우리의 시스템에 약점이 있었다"라고 사과했다.

24일 열린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의 청문회에는 도요다 사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다시 한 번 "도요타 차량 운전자들이 겪은 사고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도요타자동차의 최고경영자까지 나와 미국 여론을 대변하는 의회에서 공개 사과함으로써 1월말 도요타의 자발적 리콜로 시작된 이번 사태가 한 달 만에 일단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에선 이를 계기로 사태가 진정되길 바라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미국의 여론이 과연 이 정도로 만족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차의 가속과 감속을 컴퓨터로 조절하는 '전자식 스로틀 제어장치'(ETCS)에 결함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미해결 상태로 남았다.

미 의회가 렉서스를 타고가다 급가속을 체험했다는 고객의 증언을 인용해가며 이 문제를 추궁하자 도요타는 "가령 ETCS의 오작동이 일어나더라도 속도가 떨어지게 하는 안전장치가 있다"며 ETCS의 결함으로 급가속 사고가 일어났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청문회에 출석한 전문가들은 "안전장치조차 문제가 생겼을 개연성이 있다"고 도요타에 불리한 증언을 했고 미 의회는 이 문제를 추가 조사하겠다는 의향을 밝혀 장기적인 논란 소재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술적 문제외에 이번 청문회를 통해 확인된 도요타의 '일본식 체질'도 두고두고 비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청문회에 출석한 렌츠 사장은 "리콜의 결정권은 모두 일본 본사에 있다"고 답변, 도요타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나서도 각국의 사정에 맞게 '분권 경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를 두고 미 하원 의원들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업체로 성장했으면서도 안전이나 품질관리의 정보와 권한을 일본에 과도하게 집중시켜온 경영자세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리콜이 너무 늦었다"거나 "사고를 은폐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청문회를 달궜고, 도요타는 리콜이 결과적으로 늦어진데 대해 사과하면서도 사고를 일부러 은폐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는 기본 입장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하원 청문회는 끝났지만 시련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당국의 엄격한 조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 의원들이 청문회에서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등의 무른 대응을 엄하게 추궁한 가운데 앞으로 미국 교통 당국이 도요타 급발진 문제를 본격 조사할 예정이어서 언제든지 도요타의 치부가 드러날 개연성이 있다.

또 미 연방검찰청이 도요타 청문회를 앞두고 리콜 관련 수사에 착수한데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도요타가 반독점법을 어긴 혐의를 잡고 덴소와 야자키 등 도요타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3곳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가속페달 결함 문제를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공산까지 있다.

한편 초기에는 "미국이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던 일본 여론도 예상외로 강한 미국의 비판을 지켜본 뒤 자세를 바꿔 도요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쯤에서 문제가 진정되길 바라는 기색이 역력한데다 25일자 요미우리신문이 '도요타 때리기는 정치의 영향'이라고 비판하는 등 여전히 미국이 너무 심하게 추궁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일각에서는 여전하다.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