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부양책 예산 3분의1만 쓰고도 경기회복 견인
제로금리.달러약세.경기순환과 `칵테일 효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로 시행 1년을 맞는 경기부양책이 미국 경제를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게 했으며 200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내거나 없어지는 것을 막았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공화당 진영에서는 경기부양책이 실업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재정적자만 키운 실패작이라고 혹평하고 있지만 부양책의 효과를 전면 부정하기는 어렵다.

부양책 시행의 직접적인 효과인지는 따져봐야겠지만, 부양책과 함께 미국 경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른 성장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책은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실제로 집행된 부양예산은 올해 1월말 현재 2천722억달러에 불과하다.

예산의 집행 진도율이 35%가 채 못되는 셈이다.

특히 집행된 예산 가운데 실제로 금고에서 빠져나간 돈은 각종 세출사업과 융자 등으로 집행된 1천794억달러에 불과하다.

나머지 928억달러는 세금감면과 세액공제 등을 통한 조세혜택이다.

일자리 창출에 직결되는 공공 인프라 건설사업은 아직 설계단계이기 때문에 예산이 본격적으로 집행되는데는 1-2년이 걸린다.

이런 부진한 예산집행률에도 불구하고 초당파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기구인 의회예산국(CBO)의 분석에 따르면 경기부양책은 지금까지 최소 60만개 , 최대 160만개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3.4분기 성장률도 최소 1.2%, 최대 3.2%의 견인효과를 낸 것으로 CBO는 추정했다.

실제로 곤두박질치던 미국 경제성장률은 작년 3분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서 2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나타냈다.

오바마 행정부의 주장만이 아니라 CBO의 분석과 경기지표만 보더라도 경기부양책은 목표한 금액의 3분의 1만 쓰고도 최대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이런 효과를 전적으로 경기부양책의 공로로만 돌릴 수는 없다.

경기부양책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제로(0)수준으로 낮춰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을 펼친 것과 달러화 약세로 수출이 크게 늘어난 점이 함께 작용하면서 `칵테일 효과'를 거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기순환 사이클과 맞물리면서 지난해 하반기에 미국 경제가 2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심리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부양예산의 집행액수는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나머지도 대부분 집행 항목과 일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자금을 수혈받기로 돼 있는 분야에 이미 상당한 온기가 퍼져 나갔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월평균 270억달러의 부양예산을 집행했지만 올해는 월 320억달러로 집행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인프라 건설에 투입된 예산은 지금까지 월평균 3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설계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면 월평균 70억달러의 예산이 속속 투입되면서 일자리도 눈에 띄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는 2차 경기부양 예산 집행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초 금융구제자금(TARP) 가운데 집행되지 않고 남은 자금을 활용, 인프라 건설과 에너지 절약프로그램 등에 투입,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연방 하원은 1천540억달러 규모의 2차 부양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에는 △고속도로 개보수 275억달러 △실업급여 6개월 연장 410억달러 △실직자 건강보조 123억달러 △주정부 보조 235억달러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연방상원은 하원이 가결한 법안에서 상당액을 삭감, 850억달러 정도로 낮춰 법안처리를 검토중이지만 통과여부는 미지수다.

1차 부양책의 예산이 절반도 채 소진되지 않은 상태에서 2차 부양책을 서둘러 마련한 것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다급한 사정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실업사태가 완화되는 템포가 워낙 느린 탓에 실직가정의 고통을 하루속히 덜어주려는 배려도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경기부양책이 일시적인 미봉책이 아니라 미국 경제를 확실한 성장궤도에 올려놓는 마중물 효과를 발휘할 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월스트리트의 일부 분석가들은 부양책으로 인한 반짝 효과가 사라진 후 다시 경제가 하강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실제로 주택경기부양을 위해 지난해 11월말 시한으로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게 최대 8천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자 주택거래와 신규 주택착공 실적이 급격히 늘었다가 11월을 전후로 다시 곤두박질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의회가 서둘러 해당 프로그램의 시행기간을 6개월 연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앞으로 1차 부양책의 효과가 모두 소진된 후 경기가 다시 하강할 경우 행정부와 의회가 재차 7천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추가로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부양책 효과를 널리 홍보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가장 큰 고민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