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사자' 이동국(31.전북)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대비한 세 번째 모의고사에서 화끈한 득점포를 가동하며 12년 만에 월드컵에 출전하는 꿈을 부풀렸다.

이동국은 14일(한국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현지 프로리그 2부팀 베이 유나이티드와 친선경기에서 전반 25분과 31분 잇따라 골망을 흔들어 3-1 역전승에 앞장섰다.

지난해 8월 2년1개월여 만에 대표팀에 복귀해 5개월여 만에 허정무 감독 체제에서 처음 터트린 득점포여서 기쁨이 더욱 컸다.

이동국은 대표팀 복귀전이던 지난해 8월 파라과이와 평가전부터 호주, 덴마크, 세르비아, 잠비아와 A매치 5경기에서 골문을 열지 못했다.

이날 경기까지 포함하면 6경기 만의 첫 득점포였다.

그는 지난해 프로축구 정규리그에서 20골을 쓸어 담으며 정규리그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에 올라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며 역대 K-리그 득점왕 모임인 `황금발' 회원이 됐다.

하지만 정작 대표팀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지난 10일 잠비아와 평가전에선 전반만 뛰고 장신 공격수 김신욱(울산)으로 교체돼 타깃형 스트라이커 한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야 했다.

허정무 감독도 "마땅한 타깃맨이 없다면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며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에 이동국을 넣지 않을 수 있다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동국은 남아공 입성 인터뷰에서 "골 부담감은 떨쳐 버렸다"면서도 "내가 원하는 걸 보여주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내가 직접 골을 넣어 팀이 이기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득점포 가동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의 마음이 간절했던 때문일까.

이동국은 이날 베이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선 평소와 달랐다.

염기훈(울산)과 투톱을 이룬 이동국은 한 발짝 더 뛰는 모습을 보여줬고 탁월한 위치 선정과 물오른 골 감각으로 두 차례나 상대 골문을 갈랐다.

한국이 0-1로 끌려가던 전반 25분 염기훈의 슈팅이 상대 수비수를 맞고 튕겨 나오자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동점골을 사냥했고 5분 후에는 아크 왼쪽에서 그림 같은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오른쪽 골망을 꿰뚫어 전세를 2-1로 뒤집었다.

`올드 보이'의 부활을 알리며 월드컵 출전 희망을 살리는 기분 좋은 골 사냥이었다.

후반 들어 다소 긴장감이 떨어진 이동국은 득점 기회를 몇 차례 놓쳤고 13분 신예 스트라이커 김신욱(울산)으로 교체돼 그라운드를 나왔다.

이동국은 경기 후 "그동안 좋은 경기를 못해 골을 넣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리스와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을 벌일 장소에서 개인적으로 골을 넣고 팀이 새해 첫 승리를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허정무 감독이 후반 들어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

그런 점을 고치려고 노력하겠다"고 답변한 뒤 "머리든 발이든 가리지 않고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18세의 나이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나갔으나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도장을 받지 못했던 2002년 한.일 월드컵과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불운을 겪었던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잇따라 불참했던 이동국.
오랜만에 득점포 침묵을 깨며 포효한 이동국이 남아공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희망은 점점 커지고 있다.

(포트엘리자베스<남아프리카공화국>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