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재판 진행과 관련해 검찰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면서 해묵은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 수사기록을 법원이 임의로 공개해선 안된다는 입장에 따라 항소심과 재정신청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에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과거 피의자에 대한 체포ㆍ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반발, 항고, 재항고하는 등 갈등 양상을 보인 적은 있었지만 수사기록을 둘러싼 문제로 재판부 기피신청까지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은 재판부가 수사기록 열람ㆍ등사를 허용한데 강력 반발하면서 이의신청과 즉시항고, 재판부 기피 등으로 대응했다.

검찰의 의사와 상관없이 수사기록 공개를 결정한 재판부에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 법원의 수사기록 공개 결정이 왜 잘못됐는지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우선 검찰은 재정신청이 제기된 사건의 심리가 진행 중일 때는 관련 서류와 증거물의 열람ㆍ등사가 형사소송법상 금지돼 있는데도 법원이 이를 위반,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중인 용산사건 수사기록과 재정신청 사건기록은 엄연히 별개의 사건인데도 법원은 재정신청 사건기록에 포함된 비공개 수사기록을 공개해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피고인의 기록 열람ㆍ등사 신청에 대해 검사에게 허용을 명할 수 있을 뿐이며, 실제로 열람ㆍ등사를 위해 기록을 내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은 검사에게 부여돼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용산재판의 항소심 재판부가 재정신청 사건까지 떠맡게 된 뒤 임의로 피고인에게 수사기록 열람ㆍ등사를 허용한 것은 법률적 근거가 없고 검찰의 권한을 침해한 처사라는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또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의 기록 열람ㆍ등사 명령이 있었다는 이유로 별도의 결정 없이 공개를 허용한다는 입장이나, 심급이 달라진 경우 하급심의 결정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없고 별도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같은 입장을 토대로 다른 재판부의 판단을 받기 위한 가용 수단을 총동원했다.

13일 "재판부의 처분이 법률에 위반된다"며 이의신청을 한데 이어 14일에는 대법원에 즉시항고하고 재판부 기피신청까지 한 것.
즉시항고는 고법의 결정에 위법이 있다고 판단할 때 소송 당사자가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최후 절차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신경식 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재정신청 기록의 열람ㆍ등사 허용 문제는 이 건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형사소송법의 해석, 운용과 관련되는 문제"라며 "검찰은 형사재판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수사기록은 공개돼선 안된다는 법원칙을 준수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관계자는 "법원의 1심 결정에 근거해 열람ㆍ등사를 허용한 게 아니라 항소심에서 다시 그게 정당한지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재정신청 사건에 대한 열람ㆍ등사 금지 규정은 고소인 등이 수사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이를 악용하거나 무분별한 열람ㆍ등사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며 "용산참사의 경우 피고인이 방어권 확보를 위해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의 열람ㆍ등사 허용이 즉시항고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는 법령에 `∼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는 식으로 규정하는 경우에 한해 즉시항고가 인정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검찰이 문제삼은 형소법 `제262조의2' 조항에는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법원의 열람ㆍ등사 허용에 대해 검찰이 불복할 경우 즉시항고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양측의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이세원 기자 zoo@yna.co.kr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