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출신 타자로는 4번째로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김태균(27.지바 롯데)이 텃세를 뚫고 화끈한 타격을 보여줄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자유계약선수(FA)를 선언한 김태균은 원 소속구단인 한화와 우선 협상 기간이 끝난 13일 새벽 롯데 마린스와 3년간 5억5천만엔, 옵션 포합 7억엔 이상이라는 메가톤급 계약에 성공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타율 0.345를 때리고 홈런 3방에 11타점을 올렸을 때 보여준 정확성과 파괴력이 롯데 관계자들의 시선을 붙잡았고 내년부터 새로운 롯데의 4번 타자 겸 주전 1루수로서 일본 무대를 휘젓게 됐다.

한국 무대에서 통산 타율 0.310을 때리고 홈런 188개를 쏘아올린 '특급타자' 김태균이 일본에서 살아남으려면 특유의 '현미경 야구'를 잘 극복해야 한다.

몸쪽 공에 움찔하는 약점을 절대 보여서는 안되고 유인구에 흔들리는 약점도 최대한 감춰야 한다.

이종범(KIA)은 정확한 타격과 빠른 주루플레이, 이승엽(요미우리)은 홈런 생산 능력, 이병규(전 주니치)는 한국의 안타왕이라는 자존심을 걸고 일본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이종범은 오른쪽 팔꿈치 부상 탓에 이후 몸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 기대에 못 미쳤고 방망이를 거꾸로 쥐고도 3할을 때린다던 이병규도 왼손 투수들의 집요한 공세에 막혀 3년 통산 타율 0.254를 때리는 데 머물렀다.

일본에서 2005~2007년 3년간 홈런 30개 이상을 터뜨리며 6년 통산 홈런 139개를 때린 이승엽도 일본 투수들의 몸쪽 위협구가 지나치게 쏟아지면서 타격 밸런스를 잃고 2년 연속 굴욕을 맛봤다.

한국 투수들에게 접하지 못했던 일본 투수들의 정교한 제구력에 빨리 적응하는 것도 숙제다.

포크볼 등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참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태균은 WBC 1라운드 일본과 결승전에서 아와쿠마 히사시의 몸쪽에 박힌 공을 제대로 잡아당겨 좌선상을 타고 흐르는 적시타를 때려내 대표팀이 1-0으로 이기는 데 수훈갑으로 활약했다.

엄청난 파워를 앞세워 실투를 홈런으로 연결하는 능력은 이미 일본 관계자들의 입을 벌어지게 했다.

롯데 마린스에서 2005~2006년 순회코치를 지낸 김성근 SK 감독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김태균이 첫 해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를 얼마나 잘 공략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렸다"고 전망했다.

일본 고치현에서 마무리 훈련을 지휘 중인 김 감독은 "변화구가 생소하기에 이를 분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니시무라 노리후미 새 감독이 초반 김태균이 부진하더라도 꾸준히 기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몸쪽 공 공략은 이승엽이 처음 진출했을 때보다 태균이가 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비 밸런타인 감독이 지휘했던 지난 6년간 팀 훈련이 적어 2005년 일본시리즈 정상에 오른 뒤 정상권에서 멀어진 롯데 마린스는 마무리 훈련부터 지옥훈련을 펼칠 예정이다.

김 감독은 "니시무라 감독과 통화했을 때 '훈련만이 답'이라는 말을 들었다.

태균이가 지옥훈련을 견뎌내고 서글서글한 성격을 살린다면 롯데 마린스 선수들도 착하기에 금방 팀에 융화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