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큰 대회라야 볼거리와 얘깃거리가 많이 나오나 보다. 월드골프챔피언십 시리즈로는 지난주 중국에서 처음 열린 HSBC챔피언스에서는 골퍼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해프닝이 많았다. 몇 가지를 추렸다.


◆세계 톱랭커도 헛스윙한다

챔피언 필 미켈슨은 최종일 16번홀(파4 · 길이263m) 티샷이 그린 주변 러프에 빠졌다. 플레이선에 벙커까지 있어서 그의 주 무기인 '로브(lob) 샷'을 시도,풀스윙을 했는데….웨지의 클럽헤드는 볼 밑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볼은 거의 제자리에 있었다. 헛친 것이다. '볼을 쳐서 움직이게 할 의사를 가지고 클럽을 앞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작'(스트로크)을 완료했기 때문에 그는 1타를 쓴 것이다. 미켈슨은 그러고도 결정적인 파세이브 퍼트를 성공했다. 아오키 이사오,데이비스 러브3세,로레나 오초아 등 세계적 선수들도 헛스윙을 한 적이 있다.


◆볼이 갤러리 보자기 위에 멈추면?

최종일 챔피언조 닉 와트니의 16번홀 티샷이 갤러리가 놓은 보자기 위에 멈췄다. 보자기는 '움직일 수 있는 장해물'.이 경우 처리 순서는 ①볼을 집어들고 ②장해물(보자기)을 치운 뒤 ③볼을 드롭하고 치면 된다. 물론 벌타는 없다. 장해물이 아니라 볼을 먼저 집어든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그 반면 볼이 움직일 수 있는 장해물 옆에 닿아 있을 경우는 순서가 다르다. 볼이 고무래에 닿아 있다고 하자.이땐 장해물(고무래)을 치운 뒤 샷을 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볼이 움직이면 볼을 제자리에 갖다 놓으면 된다. 역시 벌타는 없다.


◆워터해저드에서 칠 수는 있다지만…

앤서니 김은 3라운드 16번홀에서 티샷이 물이 없는 워터해저드로 날아갔다. 나무가 많았지만 칠 만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샷을 강행했다. 결과는 더블보기.그 반면 지요티 란다와는 최종일 18번홀(파5 · 길이 491m)에서 볼이 해저드 근처에 멈추자 박세리가 그랬던 것처럼 양말을 벗고 한 발을 물에 담근 채 샷을 했다. 결과는 파.워터해저드 안이라도 1벌타를 받는 것보다 치는 것이 더 낫다 싶으면 칠 수 있다. 그러나 앤서니 김처럼 좋은 결과보다는 더 나쁜 상황으로 빠지는 일이 흔하다. 아마추어들은 1벌타 후 드롭하는 편이 안전하지 않을까.


◆엘스,어이없는 뒤땅치기로 2위

어니 엘스는 막바지 미켈슨과 선두 다툼을 벌였다. 엘스는 17번홀까지 17언더파로,뒤에 오는 미켈슨과 공동선두였다. 18번홀은 많은 선수들이 버디나 이글을 노리고,파는 '본전'인 홀.그런데 엘스는 그 홀에서 '뒤땅치기'로 그야말로 땅을 치고 말았다. 티샷이 멈춘 곳은 왼발이 내리막인 '다운힐 라이'였다. 물로 둘러싸인 그린 앞까지는 198m.그는 4번아이언이 196m 날아가기 때문에 망설였다. 3번은 클 것 같고,4번은 짧을 듯하고….엘스는 5번 우드를 뽑아 컷샷을 했는데 클럽헤드가 땅부터 맞히면서 볼은 턱없이 짧았고 그 '이지 홀'에서 보기로 홀아웃하며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