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추진하고 있는 현금인출기(CD) 수수료 차등화 방안에 대해 증권사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은 지난 6일 CD공동망 취급대행비용 정산체계 변경과 관련한 회의를 열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주요 은행들의 요구로 열렸다"며 "보유하고 있는 CD기 숫자에 따라 CD공동망 취급대행비용(수수료)을 차등화하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현재 인출이나 이체수수료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일정 수준의 CD기를 보유하지 못한 금융회사에는 수수료를 가중시키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CD기 보유대수가 적은 증권사들은 CD망 이용에 대한 추가 수수료를 내야 한다. 증권사들에 추가 비용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논의 내용에 반발, 이번 회의에 불참하고 은행 중심의 수수료 인상 추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서한을 지난 6일 금융결제원에 제출했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우증권 등을 비롯한 15개의 증권사들은 서면을 통해 "이번 논의는 은행권의 수익을 증가시키기 위해 비은행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금융소비자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고객 수수료 인상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또 "올해 7월 감사원의 감사결과에서 '증권회사의 지급결제망 특별참가비'가 과다하게 산정·부과됐음이 지적됐다"며 "아직까지 참가금 적정산정 여부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CD망 수수료 인상를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CD망 이용수수료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D대수에 따라 수수료를 인상하면 증권사와 같이 CD기가 적은 금융투자회사는 이 비용부담을 견디지 못한다"며 "결국 수수료 인상 비용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CD기를 적게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 CD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은행권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증권사들은 이미 4000억원에 달하는 참가금을 납부했다"고 강조했다.

금융결제원 측은 이번 CD기 수수료 차등화 방안이 증권사들의 우려처럼 일방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영 금융결제원 전자금융부 팀장은 "이번 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증권사들의 의견 수렴 없이 CD기 수수료 차등화 방안이 현 시점에서 진행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