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3일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이명박 정부의 차기 총리로 지명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군에 꼽힐 정도로 기대를 걸었던 정 전 총장의 선택지가 민주당이 아닌 이명박 정부라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라는 것.
이강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 전 총장 개인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내가 정 전 총장에게 환상을 갖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허탈해했다.

이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정 전 총장 영입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정장선 의원은 "우리가 자꾸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일부 의원은 "허를 찔린 것 같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야권 대통합작업은 제자리 걸음인 상황에서 `정운찬 총리 카드'로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과 친(親)서민정책에는 가속도가 붙게 됐다는 것.
충남 공주 출신인 정 전 총장의 총리 지명이 중부권에서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의원들은 정 전 총장에 대한 평가절하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여권은 정운찬 총리 카드에 중도실용과 충청권, 지식인 등 수식어를 많이 붙이려고 하겠지만 결국 헛일이 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장과 친분이 있는 한 재선의원은 "전형적인 케인즈주의자인 정 전 총장이 시장원리주의자들로 구성된 기존 경제팀과 손발을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정 전 총장이 총리로서 별다른 역할을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친노 386으로 분류되는 한 재선의원은 "정 전 총장은 친이와 친박 구도속에서 차기 여권 후보로도 성장하고 싶겠지만 움직일 공간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 입장에서도 별로 아플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이 정 전 총장을 영입했다면 정세균 대표는 무소속 정동영 의원을 전격 복당시키는 것과 같은 통 큰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조속한 대책을 세우지 않을 경우 정국 주도권의 완전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자유선진당은 심대평 전 대표의 탈당에 이은 `충청 총리'의 탄생이 지역민심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박선영 대변인은 정 전 총장에 대해 "경제학자로서는 뛰어난 교수지만 과연 `MB정권' 2기에 추진력을 내야 할 총리로서 적합한지 의구심이 든다"며 "억지 충청 총리"라고 비난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