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낭가파르밧(8천125m) 설원에서 사망한 고 고미영씨의 히말라야 원정대 동료인 김재수(48) 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 대장이 고인의 히말라야 14좌 완등의 꿈을 대신 이루기 위해 길을 떠난다.

김 대장은 27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안나푸르나(8천91m)로 향한다.

김 대장은 한 달여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내달 말이나 10월 초 등정에 나설 예정이다.

김 대장은 안나푸르나 등정에 성공할 경우, 내년 봄 가셔브룸Ⅰ(8천80m), 가셔브룸Ⅱ(8천34m)에 차례로 올라 고인이 못다 이룬 14좌 완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 대장은 그렇지만 지금까지 알려진바 와는 달리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년 여름(7-8월) 초오유(8천201m)까지 도전할 계획이다.

초오유는 고인이 오른 히말라야 봉우리 11개 중 김재수 대장이 고인과 함께 오르지 못한 유일한 고봉이다.

이 등정까지 성공하면 김재수 대장은 2007년 5월 고인과 함께 에베레스트에 오른 이후 3년 2-3개월만에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하게 된다.

이는 최단기간 히말라야 14좌 완등 기록이다.

이전까지는 한국의 박영석 대장이 기록한 약 8년이었다.

`여성산악인 최초 14좌 완등'이 유력시되는 오은선 대장도 내달 안나푸르나 등정에 성공하면 12년 만의 완등이다.

김 대장은 이에 대해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고미영 대장의 생전 목표가 잘못 알려졌다"라며 "고인의 목표는 히말라야 14좌를 다 오르는 동시에, 최단 기간에 오르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초 14좌 완등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었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고인은 비록 그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자신을 대신해 누군가가 그 일을 해줬으면 하고 바랄 것이고 그 점에서 제가 나서기로 한 것"이라며 "고인의 꿈을 `대신할 사람'이 저라서 마음이 뿌듯하고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김 대장은 남은 8천m 등정에서 고인의 사진을 넣을 수 있는 투명 주머니가 달린 특수 방한복을 입고 정상에 오를 계획이다.

이 방한복은 후원업체인 코오롱스포츠가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그는 지난 22일에는 고인의 생일을 맞아 전북 부안의 장지를 찾는 등 가장 아꼈던 산악계 후배에 대한 기억을 쉽게 떨치지 못했다.

안나푸르나 등정시 안전이 우려된다는 말에 김 대장은 "이전에는 산을 많이 이겨보려고 했지만 이제는 `자연에 순응하자'라고 마음먹고 있다.

내 의지로만 안되는 것이 자연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라며 "좀 더 세밀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겠다"라고 대답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