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는 것은 기술, 쓰는 것은 예술"

단 돈 76원을 들고 상경해 자수성가한 재산가가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카이스트(KAIST) 발전기금으로 기부한다.

카이스트는 김병호(68) 서전농원 회장이 평생 모은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발전기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로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게 김 회장이 밝힌 기부 이유다.

김 회장은 평소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으며, 지난 6월 뇌졸중 발병으로 투병 중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 대상 부동산은 서전농원이 있는 경기도 용인 지역 임야와 논밭 등 9만4578㎡ 규모이며, 아직 카이스트측의 활용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

서전농원은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에 위치한 16만5000㎡ 규모 자연체험장으로 5200여그루의 밤나무 단지와 사슴, 오리 등 사육장이 마련돼 있다.

김 회장은 고향인 전북 부안군에서 17살에 76원을 들고 상경해 식당 일 등 갖은 고생 끝에 부동산업 등으로 재산을 불렸다. "서울에서 안 해 본 일이 없다"는 김 회장은 "정말 지독하게 일하고 무섭게 절약했다. 무더운 여름날 1원을 아끼려고 남들이 다 먹는 사카린 음료수조차 사 먹지 못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가 그토록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았던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전북 부안의 천석꾼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6.25전쟁을 거치면서 집안의 토지를 모두 빼앗기자 돈을 벌어 다시 되찾겠다는 각오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의 부인인 김삼열(60)씨는 "(김 회장이) 어린 시절 풍족했었는데 일시에 거지처럼 됐다고 들었다"면서 "땅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일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렇게 모은 재산으로 이미 2005년 고향인 부안군의 '나누미 근농 장학재단'에 10억원의 장학금을 쾌척하기도 했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그렇게 힘들게 모은 재산을 아무 연고도 없는 카이스트에, 오직 국가 미래를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기부해 줘 감동을 받았다"면서 "숭고한 정신이 카이스트에 영원히 남아 후학들이 큰 열매를 맺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평소 가장 좋아하는 말은 "버는 것은 기술이요, 쓰는 것은 예술이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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