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자동차 기업인 GM이 수익성 높은 자산과 사업 부문으로만 구성된 `뉴 GM'으로 새로 출범함에 따라 자회사인 GM대우가 그룹 내에서 어떤 위상을 갖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GM대우는 우량기업군(群)에 해당하는 뉴 GM에 편입돼 정상적으로 생산 및 영업활동을 이어나가게 됐다.

GM대우는 뉴 GM이 유럽 및 아시아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소형차 분야에서 핵심 생산기지로의 위상을 굳혔고, 생산성이나 수익률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GM대우는 지난해 내수 11만7천대, 수출 76만5천대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반제품(CKD)으로도 102만3천대를 수출했다.

모두 합하면 GM이 전 세계에서 파는 차량의 25%를 GM대우가 생산한 셈이다.

GM대우의 한국 내 모든 사업장(부평, 군산, 창원, 보령) 외에 GM대우의 자회사인 베트남 생산법인 비담코와 GM의 한국판매법인인 GM코리아 등이 모두 뉴 GM에 편입된 것도 GM대우가 GM의 핵심 회사로 성장할 것임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GM대우는 향후 뉴 GM에서 `시보레' 브랜드 등을 달고 전 세계로 수출될 중소형차를 중점적으로 개발ㆍ생산하는 기지로서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은 "뉴 GM의 출범은 GM대우와 GM코리아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GM대우는 글로벌 경차 및 소형차 개발 기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한편 시보레 브랜드의 판매 확대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M대우가 일찌감치 뉴 GM에 편입됨에 따라 향후 GM대우 지분 28%를 소유한 산업은행과의 유동성 지원 협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GM대우에 대한 본사의 정상적인 경영활동 보장과 장기 성장 전략 등이 가시화하기 전에는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최근 GM대우의 그룹 내 위상이 공고해지면서 이런 태도가 바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GM대우는 지난 2월 초 산은에 1조원가량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산업은행은 미국 정부의 GM 처리방향을 보고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자금지원을 미뤄왔다.

한편 GM대우가 뉴 GM의 핵심 회사가 되더라도 GM 브랜드의 이미지 악화에 따른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GM의 글로벌 판매망이 줄어들면 GM대우도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판매가 감소하고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GM은 전 세계 6천200여 개에 달하는 딜러망을 내년까지 3천600여 개만 남기고 42%를 줄일 방침이다.

실제로 GM대우의 올 상반기 수출량은 21만5천964대를 기록, 작년 동기에 비해 50.3%나 주저앉았고 전 공장의 주간 조업일수는 평균 3일 정도에 불과했다.

대신 GM이 뉴 GM으로 출범하는 동시에 파산보호 상태에서 벗어나면서 재무적 제약이 줄어든 점은 GM대우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GM의 파산보호 절차가 장기화되면 채권ㆍ채무가 동결되면서 GM대우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본사와 해외법인 등으로부터 받아야 할 2조340억원 정도의 외상매출금을 못 받을 것으로 우려됐지만 이제는 문제가 해소된 셈이다.

GM대우 관계자는 "외상매출 부분은 정상적으로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며 "산업은행과 유동성 지원을 협의하는 부분은 신제품 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투입될 돈을 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