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정동영 의원이 수면 밑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4.29 전주 덕진 재선거에서 승리한 정 의원이 거주지를 다시 서울로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중앙무대로 복귀한 시점은 지난 5월말.

여야가 가파르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무소속이란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최근 한달간 다양한 현안에 대한 파고들기식 접근을 통해 존재감을 환기시키고 있다.

정 의원이 현재 가장 관심을 두는 현안은 여권이 추진하는 미디어 관련법이다.

그는 지난 26일 오후 퇴근시간으로 붐비는 지하철 여의도역을 찾아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시민에게 직접 배포했다.

지난 25일엔 신건 유성엽 등 호남지역 무소속 의원 2명과 함께 국회본청 중앙홀 점거농성장을 찾아 미디어법 저지를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격려했다.

그는 자신이 무소속이라는 사실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옆에 자리를 깔고 앉으면 된다.

다음에는 밤샘을 하자"며 동참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미디어법 저지를 위한 정 의원의 움직임은 일반에 공개된 것 이상으로 활발하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정 의원은 최근 미디어법 반대운동을 주도하는 사회단체인 미디어국민행동과 민주언론시민연합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났고, 민주당이 추천한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들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의 존재감이 뚜렷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민주당 의원들과의 접촉도 잦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 의원이 의원회관에서 머물 때면 민주당 의원들이 "차나 함께 하자" 하면서 찾아오거나, 정 의원이 다른 의원방에 초청받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는 후문이다.

아직 정세균 대표와의 어색한 관계가 개선되진 않았지만 대다수 민주당 의원과의 관계는 정상화됐다는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 의원이 오는 10월 재.보선 이전 민주당에 복당하기 위해 활동반경을 넓히고, 민주당 의원들과의 접촉면도 늘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4.29 재선거 공천과정에서 정 의원의 공천을 앞장서 반대했던 한 의원은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끝나는 7월 초순 이후엔 정 의원의 복당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의견을 앞장서서 개진하는 등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측근들은 최근 정 의원이 보폭을 확대하는 것과 민주당 복당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긋는 분위기다.

한 측근은 28일 "정 의원은 5년 만의 국회의원직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준비차원에서 다양한 분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 것"이라며 "복당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정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재경 전 후보 전략기획실장을 수석 보좌관으로 재기용하는 등 의원실 진용도 완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