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1400선 안팎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개인투자자들이 ELW(주식워런트증권)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에 투자해 단기간 높은 수익을 노린 결과다. ELW의 하루 거래대금도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의 15% 수준까지 늘어났다. ELW는 지수나 개별 종목의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한 장내 파생상품으로 기초자산의 가격이 베팅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큰 차익을 얻게 되는 '레버리지'가 높은 상품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ELW 거래대금은 6874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의 정규장 거래대금(4조4958억원)의 15.2%에 달했다. 역시 증시가 방향성을 잡지 못했던 전날에는 ELW 거래대금이 8594억원까지 늘어나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의 17.2%까지 올라섰다. 증시가 급등하며 ELW 거래대금도 폭발적으로 늘었던 지난 3월6일(18.3%) 이후 최고치다.

ELW는 이달 들어 하루 6000억~9000억원어치가 거래되고 있다. 이달 2일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의 7.61%에 불과했던 ELW 거래 비중도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 같은 ELW 거래 증가는 증시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지은 맥쿼리증권 이사는 "개인 비중이 높은 하이닉스 등 우량주와 코스닥 종목의 주가가 급등한 후 일정한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같은 투자자금으로 단기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ELW로 갈아타는 개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증시가 방향성을 잡지 못하자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W보다 현대차 LG디스플레이 신한지주 등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거래가 활발하다.

단기간 고수익이 가능한 선물 · 옵션보다 ELW를 선호하는 현상도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신승호 크레디트스위스 상무는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식선물의 종류가 많지 않은 데다 선물과 옵션은 기본적으로 증시 방향에 대한 베팅으로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며 "선물 · 옵션은 투자시 증거금이 필요하고 베팅에 실패했을 경우 투자금보다 더 큰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이 선물과 옵션보다 ELW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ELW 발행도 최근 줄을 잇고 있다. 맥쿼리증권은 이날 15개 종목의 ELW를 신규로 상장하고 유동성 공급에 들어갔다. 규모는 모두 팔렸을 경우 620억원에 달하며 기초자산은 하이닉스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삼성엔지니어링 등이다. 주가가 하락했을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는 '풋' 종목도 4개나 포함됐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도 전날 코스피200지수와 삼성전기 현대차 한진해운 GS건설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10개 종목을 상장했으며,동양종금증권도 지난 11일 LG전자 등 20개 종목을 상장했다.

신 상무는 "증시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콜'이나 '풋' 등 한쪽 방향에 베팅하는 상품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