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경기와 관련해 상반된 메시지를 11일 동시에 내놨다. 하나는 경기 하강세가 멈췄다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그렇지만 하반기에 급속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이 두 가지 가운데 후자에 무게중심을 둬 기준금리(정책금리)를 넉 달 연속 동결했다. 하지만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전자에 주목했고 그 결과 채권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경기 하강세가 거의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정부나 중앙은행 고위 당국자 중 경기 하강 종료를 선언한 것은 이 총재가 처음이다. 그는 △금융시장이 안정돼 있는 가운데 △제조업 생산이 전월 대비 기준으로 지난 2월부터 석 달 연속 상승했고 △서비스업 생산 역시 4월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 등을 이 같은 판단의 배경으로 들었다.

여기에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물가상승률 역시 안정세에 있다는 점이 '하강이 끝났다'는 표현이 가능토록 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경기가 바닥을 친 것으로 봐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고개를 가로저었다. "향후 개선 전망이 담겨야 바닥을 쳤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치고 올라갈지 어떨지 불확실한 점이 상당히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국제 유가가 오름세에 있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데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 등을 들어 하향 위험도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발표 시각과 발표 내용에 따라 채권 금리는 크게 출렁거렸다. 한은이 오전 10시가 좀 안 돼 연 2.0%의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고 성장의 하향 위험이 있다는 내용의 금통위 결과문을 배포하자 금리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상 · 하방 리스크가 혼재해 있다"는 내용을 담은 '최근의 국내외 경제 동향'을 오전 11시께 내놓자 금리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이 총재가 11시20분 시작된 기자회견에서 "경기 하강세가 끝났다""실물이 회복되고 유동성이 문제되면 통화정책도 거기에 맞춰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자 폭등세로 변했다. 이날 단기물인 통안채 364일물과 국고채 1년물은 각각 0.28%포인트와 0.31%포인트 올랐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회사채 3년물 등도 0.18~0.19%포인트 뛰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시장에선 한은의 통화정책이 서서히 바뀔 것이란 사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태근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발표는 한은 정책의 불확실성이 노출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리가 급등하자 한은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 총재의 메시지는 경기 하강은 멈췄지만 당분간 옆으로 길 가능성이 높다는 쪽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시장이 이를 간과하고 금리 상승쪽 표현들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