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조명계 교수 조사

발암물질인 솔벤트 등 화학약품을 자주 다루는 국내 유수 대학의 미술실기실에 기본적인 환기시설조차 설치되지 않는 등 미술대생들의 작업 환경이 위험한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조명계 홍익대 문화예술경영 MBA 교수는 4일 오후 홍익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 주최로 홍익대에서 열리는 '작가의 생존과 자기계발을 위한 세미나'에 앞서 전국 19대 미술대학의 미술실기실 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대학은 건국대를 비롯해 경기대와 경희대, 계원예대, 국민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상명대, 서울대, 성신여대, 세종대, 숙명여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중앙대, 추계예대, 한양대, 홍익대로 조사는 5월 중순 조 교수의 현장 조사와 학생들과의 면담으로 이뤄졌다.

우선 그림을 그릴 때 쓰이는 안료와 니스 등에 포함된 솔벤트의 흡입을 막는 데 필요한 미술실기실 내 환기시설은 16개 대학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중 환풍을 위한 외부공기의 진입구와 내부 공기의 배출구가 서로 다른 벽면에 있는 대학은 8곳에 그쳤으며 나머지는 환풍기와 창문이 같은 벽면에 있어 제대로 환기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 교수는 "환풍기가 있다고 해도 대부분 대학들은 환기를 위해 창문의 개폐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추울 때는 환기가 되지 않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작업실 내 공기 흡입을 위한 후드시스템은 울산대와 숙명여대에만 설치돼 있었을 뿐 나머지 대학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파우더를 섞을 때 사용하는 밀폐용기도 울산대, 숙명여대, 원광대, 경기대 등 단 4곳만 비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솔벤트나 에어로졸 같은 화학약품의 저장과 관리를 개인에게 맡기거나 아예 별도의 관리지침이 없는 경우도 8곳이었으며 작업실 내에 금속작업을 위한 장갑과 귀마개 등의 보호장비가 항상 갖춰져 있지 않은 대학도 10곳으로 나타났다.

또 소화장비가 작업실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는 곳도 4곳에 달해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지적됐다.

조사 대상 중 16곳은 입학할 때 작업실 내 주의 사항 등을 학교로부터 교육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지만 9곳의 경우 작업실 내에 주의사항이나 경고문구가 전혀 게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소화장비가 작업실 안에 있다고 하더라도 학생들 스스로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라며 "작업실 사용에 관해 사전교육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입학 초기에 주의사항을 교육받고 나서는 전혀 재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조사결과 미대 실기실의 작업 환경이 대부분 공장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미술작품작업에는 일반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화학약품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산업재해와 동일한 위해상황이 언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업실 내의 화학약품은 피부염과 중독증, 규폐증, 간ㆍ신장질환, 신경질환, 암을 촉발한다는 사실이 알려져야 한다"며 "1980년대 중반부터 모든 미대에 환경실태 조사 후 안전검사증을 발급하는 미국처럼 우리나라의 미대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