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고위직의 TK(대구 · 경북) 출신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으로서의 능력이나 자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과의 지연(地緣)이 금융계 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이주형 수협 신용부문 대표는 경북 안동 출신으로 경북고를 나왔고,배성환 예금보험공사 부사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를 졸업했다. 최근 발탁된 김영기 산업은행 부총재 역시 경북 의성 출신이다.

지난달 단행된 한국은행 인사에서도 새로 임명된 3명의 부총재보 가운데 김재천 장병화 부총재보 두 사람이 경북고를 졸업한 TK 인사다.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우리금융 계열의 우리투자증권 사장으로 내정된 황성호 PCA자산운용 사장도 경주 출신의 TK 인맥으로 꼽힌다.

산은 민영화와 함께 출범하게 되는 정책금융공사 사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유재한 한나라당 정책실장 역시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를 졸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앞으로 예상되는 금융권 고위직 인사에서 TK 출신이 아니면 명함을 내밀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에 승진하거나 발탁된 금융계 인사들 가운데 전문성과 업무추진력을 갖춘 인물들이 많지만 'TK가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아직까지 금융권이 정치적 외풍을 많이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심기/정인설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