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문이 잠겨 있지 않은 아파트를 골라 수십 차례에 걸쳐 1억원이 넘는 돈을 훔쳐온 `외팔이 도둑'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9일 전국의 아파트를 돌며 상습적으로 도둑질해온 혐의(상습절도)로 김모(34)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18일 오전 3시께 서울 광진구에 있는 A아파트 강모(55) 씨 집에 몰래 들어가 지갑과 휴대전화를 훔치는 등 작년 7월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전남 등 전국을 돌며 27차례에 걸쳐 1억2천700여 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몸이 불편한 김씨는 도구 등으로 잠긴 문을 따고 침입할 수 없자 피해자들이 깊이 잠든 새벽 시간대를 이용해 잠겨 있지 않은 아파트만을 골라 범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신용카드가 들어 있는 지갑과 함께 주민번호,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이 담긴 수첩, 비밀번호가 적힌 통장 등을 집중적으로 훔쳐 현금인출기에서 1억원이 넘는 현금을 인출해 사용해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씨 범행이 어찌나 감쪽같은지 상당수 피해자는 김씨가 집에 들어와 지갑을 훔쳐가고 나서도 가족이나 지인들을 의심했을 정도"라며 "외출할 때나 취침할 때는 반드시 문을 잠글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김씨가 "여자친구와의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