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력'의 저자 마쓰다 미쓰히로는 이렇게 말한다. '버려라.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 근거는 간단하다. 쓰지도 않으면서 여기저기 잔뜩 쌓아놓은 것들은 그 자체가 마이너스 에너지를 발산,행복한 자장(磁場)의 형성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쓰레기는 물론 생활에 꼭 필요한 것 외엔 몽땅 버리라고 주장한다. 특히 성인 DVD처럼 일상의 에너지를 뺏는 것,옛 영광에 매이게 하는 먼지 쌓인 트로피,'언젠가 혹시' 싶어 갖고 있는 것들은 미련 두지 말고 과감하게 없애라고 강조한다.

치울 걸 치워야 필요한 걸 제때 쉽게 찾을 수 있고 새 것을 장만할 공간도 생긴다는 얘기다. 청소가 행운을 부른다는 책 내용에 상관없이 청소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는 일은 잦다. 집을 수리할 때도 그렇다. 장판이나 도배,타일 공사가 얼마나 깔끔하게 되는지는 시공 전 바닥과 벽면의 깨끗함에 달렸다.

이메일도 마찬가지다. 꼭 남겨둬야 할 건 인쇄하거나 따로 저장하고 나머지는 그때그때 삭제해야지 내버려두면 사서함 용량이 초과돼 새 메일을 수신하지 못한다. 때마침 중요한 게 오면 낭패 보기 딱 좋다. 뭔가 바꾸거나 더하려면 우선 그 전의 자국부터 말끔하게 치우고 털어내야 한다.

머릿속 기억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적당히 지워져야 하는데 그러자면 잠을 잘 자야 한다는 보고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 폴 쇼 · 제프리 돈리 박사 팀의 연구 결과 수면이 기억 저장소인 뇌 신경세포 사이 시냅스를 청소함으로써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자리를 만든다는 발표다.

잠을 못자면 시냅스에 과부하(過負荷)가 걸려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망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우리가 걱정하는 일의 96%는 애당초 고민할 필요가 없거나 고민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는 것들이라는 말이 있다. 해결책도 없는 문제를 놓고 속을 끓이거나 끙끙대지 말고 그냥 잊어버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인생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싶으면 어깨에 멘 삶의 가방을 내려놓고 뒤집어 보라고 한다. 분명 진작 내버렸어야 했을 잡동사니가 가득할 테니 싹 내버리고 가방을 다시 싸면 삶이 한결 가벼워지리라는 것이다. 봄이다. 집안뿐만 아니라 아픈 기억과 근심 걱정으로 꽉찬 머리와 가슴 모두 대청소,버릴 건 버리고 산뜻하게 새출발해볼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