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는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가 불안정해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의 하나다. 고비사막과 같은 메마른 지역에서는 햇빛이 그대로 반사돼 공기층이 뜨겁게 가열되면서 빠른 상승기류가 만들어지며 이를 타고 흙먼지가 공중으로 올라간 다음 바람을 타고 떠다니는 게 바로 황사다. 지구가 만들어진 이래 전 세계 건조지역에서 예외없이 나타난 현상이라 해도 틀림이 없을 듯 싶다. 실제로 중국의 황사 기록은 기원전 115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우리나라에서도 신라 아달라왕 때인 174년에 흙비인 '토우(土雨)'와 '적우(赤雨)'가 내렸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근래 들어 우리나라를 덮친 황사의 횟수는 계속 증가하고,갖가지 환경오염 물질이 새로 검출되는 등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 게다가 황사 발원지인 중국 서북부 지역이 작년부터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바짝 말라붙어 버렸기 때문에 올해는 그 피해가 크게 불어날 것이라는 게 기상 당국의 분석이다. 올해 첫 발생한 황사에 대해 경보가 발령된 데 이어 엊그제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 주의보와 특보가 내려진 것도 그런 조짐이라 할 만하다. 전국 초등학교와 반도체공장이 문을 닫았던 지난 2002년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때 맞춰 기상청이 만주 및 내몽골 지역의 황사발원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해외 모니터요원 46명을 위촉하고 서울황사감시센터에서도 정보분석체계를 구축키로 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서울시 또한 황사발생시 공휴일에도 병원과 약국 문을 열도록 하고 황사발생 후 사흘간 에어컨필터 교체비용을 할인해주는 등 '민 · 관협력종합대책'을 마련,시행키로 했다. 하지만 이들 대책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저 답답할 뿐이다.

꽃샘 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나라로 몰려와 온통 하늘을 뒤덮은 메케한 흙먼지가 반가울 리 만무하다. 문제는 황사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황사예보 기능마저 소홀히 해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이번 기회에 황사는 태풍 등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견뎌낼 수밖에 없는 자연현상으로 보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