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야구 최강을 자부하는 쿠바가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또 한 번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

쿠바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시작된 WBC 1조 2라운드 첫 경기에서 일본에 산발 8안타를 때리는 데 그쳐 0-6으로 완패했다.

3년 전 1회 WBC 결승에서 6-10으로 일본에 졌던 쿠바는 당시 공략에 실패했던 일본 선발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에 이날도 꽁꽁 묶여 쿠바다운 화끈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쿠바는 B조 1라운드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멕시코를 잇달아 꺾고 3연승으로 승승장구했으나 2라운드 초반, 패자전으로 떨어져 자칫 짐을 싸야 할 위기에 처했다.

간판 선수들이 대거 미국으로 망명했지만 비슷한 기량을 갖춘 후예들이 끊임없이 자리를 메워 야구의 '화수분 국가'로 통하는 쿠바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서 151연승을 구가한 최강이다.

그러나 초대 WBC에서 준우승에 머물고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준우승에 그친 데서 알 수 있듯 프로 선수들이 참가하기 시작한 국제 대회에서는 예전의 명성이 많이 퇴색했다.

이를 두고 쿠바가 아마추어 세계에서만 으뜸일 뿐 프로의 벽을 깨기엔 역부족이라는 평도 나온다.

참가 16개국 중 마운드가 최강이라는 일본과 대결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진 것도 아마추어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1라운드에서 타율 0.394를 때리고 11방의 홈런을 쏘아 올렸던 쿠바의 '창'은 일본의 '방패' 앞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아마추어에서는 상대팀에 대한 분석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지만 한국과 일본 같은 프로에서는 라이벌을 현미경으로 철저히 해부한다는 사실을 쿠바는 간과한 듯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변화구 투수로 스타일을 확 바꾼 마쓰자카를 상대로 이날 힘을 과신한 채 큰 스윙으로 일관, 제대로 된 득점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쿠바는 일본에 삼진을 무려 12개나 당했다.

호세 콘트레라스, 리반 에르난데스, 올랜도 에르난데스 등 과거 상대를 덜덜 떨게 했던 대표 투수가 현재 없는 것도 최근 국제무대에서 고전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쿠바는 최고 시속 164㎞를 뿌리는 좌투수 아롤디스 차프만(22)으로 일본 좌타자 공략에 나섰으나 컨트롤 난조로 조기 강판한 탓에 도리어 주도권을 빼앗기고 경기 내내 끌려 다녔다.

(샌디에이고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