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30여마리 출전해 단판 승부

"그래 돌쇠야~ 뿔로 한 번 더 치고 힘껏 밀어. 이제 끝내자!"
14일 오후 경남 진주시 판문동의 토요상설 전통소싸움 경기장.
5년생 싸움소 '돌쇠'를 출전시킨 최장진(68.의령군)씨는 승기를 잡은 듯 상대 소인 '최고'에 대한 마지막 일격을 돌쇠에게 주문했다.

최씨는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며 돌쇠의 특기인 뿔치기를 흉내 냈고 이에 질세라 최고의 주인 이호표(38. 하동군)씨도 즉각 응수할 것을 지시했다.

'뚝~ 뚝~ 퍽!'
주인의 말을 알아들은 듯 돌쇠가 뿔치기로 공격하자 최고는 뿔걸이로 맞받았고 두 마리 소의 뿔이 부딪히면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돌쇠의 강한 공격력이 노련한 최고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최고가 주인의 눈치를 살피며 도망칠 곳을 찾고 있네예"
장내 아나운서가 싸움소들의 경기과정을 중개하고 경상도 사투리 섞인 설명으로 흥을 돋우자 1천500여 명의 관람객들이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

18분 40초간의 긴 경기 끝에 최고가 등을 보이고 달아나 돌쇠가 결국 승리했다.

이어 승부에 나선 7년생 '최강'과 5년생 '필봉'은 경기시간 10분 내내 저돌적인 공격을 펼쳤다.

두 싸움소가 뿔걸이와 뿔치기를 주고받자 이마 부분은 벌겋게 핏빛으로 물들었고 머리를 맞대고 상대를 노려보는 눈은 충혈돼 핏발이 섰다.

뿔이 스치고 지나간 머리와 목덜미 부분의 살이 파이고 털이 공중에 날리자 이를 지켜보는 주인뿐 아니라 관람객들도 숨을 죽였다.

처음으로 소싸움을 보러 온 김종식(39.진주시) 씨는 "상대 소의 뿔에 받혀 피가 날 때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각종 기술을 구사하며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에서 박진감이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이날 모두 30마리의 싸움소가 출전해 단판 승부를 벌였다.

전통 소싸움은 몸무게 751㎏ 이상 갑종, 661~750㎏ 을종, 600~660㎏ 병종으로 나눠 진행되며, 등을 보이고 달아나는 소가 지게 된다.

이 때문에 싸움소의 뿔이 상처를 입거나 뽑혀나가긴 했지만, 싸움소가 죽거나 중상을 입은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싸움소들은 발과 몸이 아닌 머리와 뿔로만 싸우기 때문에 '비녀 뿔치기', '밀치기', '뿔걸이', '목감아돌리기' 등 뿔을 이용한 다양한 공격기술을 갖고 있다.

겨울철 타이어 끌기, 산 오르내리기, 모래밭 달리기 등으로 잘 훈련된 싸움소가 승부를 겨룰 때 꿈틀거리는 온몸의 근육은 이를 지켜보는 관람객들에게 역동감을 준다.

전통 소싸움을 지역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진주시는 2006년 판문동 5만여㎡에 32m의 원형경기장과 3천 석의 관람석, 진주투우협회 사무실, 주차시설 등을 갖춘 진주 전통소싸움경기장을 지었으며 진주 투우협회와 함께 매주 토요일 토요상설 소싸움경기를 열고 있다.

진주시는 경기때마다 자전거와 새송이, 쌀 등 경품을 행운권 추첨으로 나눠주고 지역 가수를 초청해 이벤트를 열고 있다.

무료 입장인 토요상설 소싸움은 지난 7일 첫 경기를 시작한 데 이어 오는 11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30분부터 4시간 동안 펼쳐진다.

진주 투우협회 강추삼 회장은 "싸움소 주인들이 겨울철 한약재 등 특별한 보양식을 먹이며 훈련시켜 왔다"며 "진주 소싸움경기장에 오면 전통 소싸움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주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shch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