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강에 재도전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이 2라운드를 앞두고 미국 애리조나에서 펼친 전지훈련에서 최악의 컨디션을 보였다.

대표팀은 두 차례의 장거리 이동으로 인해 시차 적응에 실패한데다 감기와 가벼운 부상 등 몸 상태가 좋지않은 선수들이 속출해 두 차례의 연습경기에서 모두 맥없이 지고 말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지금은 선수들의 몸이 빨리 안정되도록 주력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13일(한국시간) LA 다저스와 연습경기에서는 6회 이종욱, 8회에는 고영민이 몸맞는 공에 쓰러져 김인식 감독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상 컨디션인 선수가 별로 없다 보니 감기 증세로 선발 명단에서 빠졌던 이대호가 이종욱 대신 대주자로 출장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저스와 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은 "어제 보다는 센 투수들이 나올 것"이라며 사실상 마운드의 `승리 조합'을 검증할 계획을 시사했다.

선발로 나선 장원삼은 2⅓ 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눈도장을 찍었고 일본과 1-2위 결정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던 정현욱은 1⅔이닝 동안 2안타와 볼넷 3개로 1점을 내줘 페이스가 조금 가라앉았다.

문제는 임창용이었다.

일본과 경기에서 1⅔ 이닝을 깔끔하게 틀어막았던 임창용은 7회 1사 만루에서 등판해 후속타자를 삼진과 내야땅볼로 요리해 위기를 넘겼으나 8회들어 갑자기 사사구 3개를 남발하며 적시타를 허용해 2실점했다.

김인식 감독은 "오늘은 밸런스가 조금 좋지 않은 것 같다.

원래 등판 순서는 윤석민이었는데 윤석민의 몸 상태도 좋지 않다고 해 임창용을 급히 올리다 보니 몸을 제대로 풀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최정이 감기 몸살로 구토 증세까지 보여 병원을 다녀왔고 김태균은 발목, 이대호와 정근우도 가벼운 감기 기운이 있다.

또 김현수는 "잠을 제대로 못 자 반쯤 눈을 감고 공을 치는 기분"이라고 말할 정도로 상당수 선수들이 시차에 고생하고 있다.

최악의 컨디션이지만 4강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선수들의 의욕만큼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대표팀 매니저를 맡고 있는 문정균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팀 과장은 "선수들 대부분이 이왕 WBC에 참가했으니 준결승이 열리는 로스앤젤레스까지는 무조건 가봐야 한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선수들이 시차 적응이나 잔부상이 심각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샌디에이고로 이동하면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오히려 안심시킨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표팀에 합류하자 마자 팔꿈치 통증으로 출장 여부가 계속 문제가 됐던 추신수는 "나로 인한 혼란 때문에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오늘 타격 훈련을 제일 많이 하는 등 컨디션이 상당히 올라 온 상태라서 2라운드에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달 가까이 합숙훈련과 아시아라운드를 치르느라 선수들의 몸 상태는 가라앉았지만 정작 실전에서는 투혼을 발휘하겠다는 태극전사들이 다시 한번 4강 신화를 이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피닉스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