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 선배님이 저를 생각하고 경기를 하셨다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에요"

9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이 생애 처음 우승하면서 한국골프계에 겹경사가 난 날 한국여자골프의 지존 신지애(21.미래에셋)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8일 싱가포르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위민스챔피언스에서 우승하고 금의환향한 신지애는 자신의 역전승에서 힘을 얻었다는 양용은의 기자회견 얘기를 듣고 크게 기뻐했다.

양용은은 이날 PGA 투어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라운드에서 긴장을 했는데 신지애의 역전 우승 소식을 듣고 힘을 냈다"고 말했다.

이 말을 취재진으로부터 전해 들은 신지애는 "제가 처음 우승할 때는 제 경기만 생각했었다.

선배님이 제 경기에서 힘을 얻었다니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즌 개막전에서 컷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던 신지애는 "그 때 배울 것은 모두 배웠다.

당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을 했고 이제 그 약속을 지켜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HSBC 마지막 라운드에서 대역전극을 펼쳤던 신지애는 "사실 3라운드 때보다 샷은 좋지 않았다.

첫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고나서 경기가 잘 풀렸을 뿐"이라고 전날의 기억을 되살렸다.

신지애는 "그날 6언더파를 쳤다지만 1언더파 정도만 친 것 같다.

더 많은 버디를 잡을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짧은 퍼트가 잘 들어가 우승할 수 있었다는 신지애는 "그 때 같은 조였던 (김)미현이 언니가 `너 왜 그렇게 퍼팅을 잘하니'라고 했고 (박)세리 언니는 `너 정도 퍼팅이면 나도 우승하겠다'라고 했다"며 밝게 웃었다.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너무 짧게 쳐 파로 홀아웃하고 나오는데 폴라 크리머(미국)가 "왜 그렇게 짧게 쳤냐"며 오히려 걱정을 해줬다고.
다음 주 멕시코에서 열리는 마스터카드 클래식 대회를 앞둔 신지애는 당분간 한국에 머물면서 다시 연습에 집중한 뒤 이번 주말께 출국할 예정이다.

시즌 첫 우승도 했는데 몇개 대회는 빠지고 휴식을 취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신지애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신지애 경기를 지켜보느라 검게 탄 얼굴로 함께 귀국한 아버지 신재섭(49)씨는 "피부 보다는 내 마음이 더 검게 탔다"며 그동안 마음 고생을 털어놓기도 했다.

(영종도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