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아 "남편이 밥과 국이라면, 애인은 달콤한 디저트…"
유혹은 '달콤한 환상'인 동시에 '씁쓸한 죄책감'이다. 그것은 매혹적인 모험이지만 결혼생활의 위기를 불러온다.

유혹을 주제로 한 로맨스영화 '키친'(홍지영 감독 · 2월5일 개봉)은 순진한 신부가 우연히 낯선 남자와 정사를 나누고,이후 그가 레스토랑사업을 하는 남편이 초빙한 요리사로 밝혀지면서 한지붕 아래 세 사람이 동거하는 기묘한 상황을 묘사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 모래역을 맡은 신민아(25).그는 영화 '마들렌'과 '달콤한 인생'의 순수함,방송드라마 '마왕'의 포용성에 이어 이번에는 유혹과 절제 사이에서 번민하는 여성성을 보여준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결혼과 유혹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사랑에 관한 시선이 색다른 영화여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유혹과 불륜이란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귀엽고 '쿨'하게 다뤘거든요. 아무리 사이 좋은 부부라도 외도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불륜은 그 자체보다 그것을 다루는 방법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하는 영화입니다. "

모래가 낯선 남자와의 섹스 사실을 남편에게 고백하자 남편은 분노를 누르고 기꺼이 용서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감정을 폭발시키기도 하지만 이런 남편은 이상적인 반려자예요. 아내의 어리석은 행동까지 존중하는 태도를 가졌으니까요. 남편 입장에서 보면 모래는 다소 뻔뻔한 캐릭터죠.해선 안될 말(정사에 관한)을 버젓이 하니까요. 그것은 '꿈꾼 것'처럼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의 표현일 거예요. 그렇지만 요리사와의 애정이 깊어졌을 때 더 이상 남편에게 고백하지 않아요. 죄책감 때문이기도 하고,요리사와는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됐으니까요. "

모래와 요리사 간 심리적 거리가 좁혀졌을 때 육체적 거리는 오히려 멀어지는 모습도 이 영화의 또 다른 흥미거리.상대의 신분을 아는 순간 도덕이란 장벽이 세워지기 때문이다.

낯모른 사람과의 정사는 일종의 유희여서 훨씬 쉬울 수도 있다는 것.진지한 결혼관계가 요구하는 소유욕이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어쨌든 모래는 시종 남편과 요리사 사이에서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는데,이런 심리는 주방의 요리에 빗대 표현된다.

"모래에게 요리사는 서양식 요리의 달콤한 디저트 같은 거예요. 자극적이지만 매일 먹기는 어려워요. 반면 남편은 밥과 국이 있는 한식 같아요. 때로는 물리기도 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주식이죠."

그녀는 두 남자가 모두 매력적이라고 평가한다. 요리사가 더 끌리는 타입이지만 왠지 불안한 존재인 반면 남편은 편안하고 아빠 같다고 했다.

자신도 실제 갈림길에 선다면 영화에서처럼 어느 한쪽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털어놨다. 신민아는 출연작을 결정할 때 모래처럼 매력 있는 캐릭터에 마음이 간다고 했다.

흥행성이나 작품성 여부는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우주연상을 겨냥한 작품과 대박을 거둘 수 있는 상품 중 선택하라면 여우주연상 수상작이라고 말했다.

글=유재혁/사진=김영우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