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낮 서울 종로1가의 한 음식점.점심상을 물린 현천 스님(50 · 아헹가요가협회장)이 두 팔꿈치를 땅바닥에 대더니 물구나무를 선다.

발로 바닥을 차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몸을 거꾸로 세우는 게 놀랍다 싶은데 이번에는 물구나무 선 다리를 180도 돌려보이며 이렇게 설명했다.

"물구나무를 서면 아래로 쏠렸던 피가 제대로 돌게 되고 내장이 뒤집혔다가 제 자리를 잡으면서 활성화됩니다. 다리를 뒤틀면서 골반도 제 위치를 되찾게 되죠.이처럼 요가는 자세를 통해 뒤틀린 몸을 바로 잡을 뿐만 아니라 행위(자세) 가운데 완전히 깨어서 삼매에 이르게 합니다. 보이는 몸의 수련을 통해 보이지 않는 정신의 세계로,그리고 깨달음으로 향해 가는 것이죠."

현천 스님은 1999년 백담사 무문관에서 3년 동안 문을 걸어 잠그고 독방에서 수행한 선승 출신이다.

대학 시절 요가를 시작한 현천 스님은 "하루 10시간만 공부해도 육체적 한계에 직면했으나 요가를 한 뒤로는 15시간을 공부해도 끄떡없었다"며 "백담사 무문관에서도 하루 3시간씩 요가를 하지 않았다면 3년 결사(結社)를 마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가한 이후에도 요가를 계속해 온 현천 스님은 선방에서 10여년간 정진하면서 경험한 육체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1993년 인도로 갔다.

인도의 정통 요가학파 가운데 하나인 하타요가의 대가인 B K S 아헹가(91)가 인도의 다양한 요가 전통을 통합해 체계화한 아헹가 요가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세계 제일의 하타요가 도장인 아헹가요가연구소에서 여섯 차례,모두 3년에 걸쳐 최고급 과정을 이수한 스님은 2004년 대구 동화사 교무국장으로 일하면서 불교 신자와 시민들에게 아헹가 요가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아헹가가 쓴 《요가 디피카》 《아헹가 요가》 등을 번역했으며 지난해 가을 서울 서초동 교대역 인근에 '아헹가 요가센터'를 개설한 데 이어 최근 《요가호흡 디피카》 《요가수행 디피카》(선요가 펴냄) 등 아헹가의 저작 2권을 번역해 냈다.

"아헹가 요가는 인도에서 전래돼온 여러 갈래의 요가를 집대성하고 의학과 과학을 접목시켜 현대화한 것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수행하는 요가입니다. '아헹가' 하면 육체적인 수련을 통해 정신 수행으로 가는 '하타요가'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데,할리우드 스타들의 몸매 관리 수단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죠."

아헹가 요가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요가와 다른 것은 200여개의 아사나(자세)와 14개의 호흡법을 정형화해 정확성을 높였다는 것.

잘못된 행법(行法)은 몸을 상하게 하고 체형을 뒤틀어지게 하므로 정확한 자세와 호흡 및 적절한 지속시간 등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요가 수업의 10% 정도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몸이 굳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로프,쿠션,베개,의자 등 다양한 보조기구를 사용한다.

아울러 의학과 과학을 바탕으로 체계화한 요가 자세들은 스트레스성 질환과 성인병 등의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생활 때문에 골반과 허리가 똑바른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공부만 하고 몸에 신경을 쓰지 않아 걱정입니다. 요가를 하면 뒤틀린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두뇌 발달에도 큰 도움이 돼요. 요가 자세와 호흡을 통해 온 몸을 각성시키고 뇌를 이완시키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뇌를 깨우게 되거든요. "

현천 스님은 "해탈의 도구인 육체가 온전해야 집중과 명상을 통해 영혼의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며 "'몸꽝'을 벗어나려면 요가부터 시작하라"고 강조했다. (02)599-8150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