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날(배당기준일)인 26일 기대했던 '반짝 반등'은 없었다. 코스피지수는 1117.86에 마감, 하락률이 0.94%(10.65포인트)에 달해 배당기준일 기준으로는 2002년 이후 가장 낮았다.

고배당 예상 종목들의 주가 흐름도 지지부진했다. 이에 따라 배당 우수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증권선물거래소의 배당지수(KODI)는 이달 2.29% 상승하는 데 그쳐 코스피지수 상승률(3.88%)을 따라가지 못했다. 올해는 배당투자 약발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는 29일 배당락 이후 청산이 예상되는 매수차익거래 잔액과 연말연초 발표될 국내 경제 관련 지표에 대한 우려감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고배당 예상 종목도 시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들이 '팔자'에 나선 데다 선ㆍ현물 가격차인 시장베이시스가 악화(백워데이션)되자 배당을 포기한 프로그램 차익 순매도가 1240억원어치나 쏟아지면서 코스피지수는 나흘째 내림세를 보였다.

배당지수도 0.91% 내린 2270.90에 마감됐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배당지수는 이달 2.29% 오르는 데 그쳐 코스피지수(3.88%)보다 1.59%포인트 덜 올랐다. 이 같은 두 지수 간 상승률 격차는 2005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것이다.

특히 2005년은 코스피지수가 1년간 50% 이상 급등한 활황장이어서 배당이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증시가 급락했던 올해는 배당주의 부진이 극심한 셈이다.

고배당 예상 종목들의 주가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우증권이 선정한 예상 배당수익률 상위 20개 종목 중 최근 이틀간 상승한 종목은 금호타이어 강원랜드 제일기획 웅진코웨이 휴켐스 LG데이콤 SKC 등 7개 종목에 불과했다. 코스피지수 대비 초과 상승한 종목도 11개로 반타작하는 데 그쳤다.

주식 배당을 결의한 유가증권시장 16개 상장사도 지난 16일(공시 기한) 대비 7개사만 올랐을 뿐 7개사는 코스피지수보다도 더 떨어지는 약세를 보였다. 주식 배당 기업은 29일 배당락이 있어 주가가 조기에 회복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16일까지 주식 배당을 결의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16개사, 코스닥시장 21개사 등 37개사였다.

한편 거래소는 코스피지수의 이론현금배당락지수는 이날 종가보다 28.93포인트(2.59%) 낮은 1088.93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29일에 지수가 28.93포인트 하락해도 현금배당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보합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지수는 지난해와 동일한 현금배당이 있을 것으로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올해 배당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참고 지수로서 의미는 떨어진다.

◆배당락 이후 주가 흐름도 박스권


올 배당주들의 수익률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던 것은 시장 불확실성이 워낙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예년에 비해 예상 배당수익률만 놓고 보면 매력이 있을 수 있지만 배당금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맞물려 고배당주의 주가까지 좋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배당만 보고 주식을 샀다가 주가가 더 크게 빠져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았다는 설명이다. 변준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배당투자 시한이 다가올수록 배당수익률 전망이 하향 조정되면서 배당투자에 대한 부담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배당락 이후 주가 흐름도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임 팀장은 "연말연초에 집중된 경기 관련 지표들이 부담감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1월 한국 산업생산과 경기선행지수가 30일 발표되고 31일에는 미 12월 소비자기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가 나온다. 특히 수출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년 1월2일 나올 12월 수출입실적이 시장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1일 선물옵션만기일 이후 배당을 노리고 유입된 1조원이 넘는 프로그램 순매수도 수급 사정에 부담 요인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 장세나 연초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기대감이 줄어들 수 있는 데다 4분기 기업 실적이 발표되며 불안감을 키울 것"이라며 "1000~1200선 사이의 박스권 등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