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끝낸 여야 '법안전쟁'

민주당이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했다. 국회의장의 쟁점 법안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서다. 이에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의 점거로 법안 처리 시기를 더 앞당겨야 할 상황이 됐다"(홍준표 원내대표)며 전의를 불태웠다. 특히 114개의 중점 처리 법안이 수십개로 좁혀졌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홍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 의장 등은 "추릴 법안이 없다.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지난 18일 외통위 사태 이후 국회의 2차 충돌이 임박한 분위기다.

◆민주당 일부 의원 전날 진입

민주당 의원 54명은 이날 오전 8시30분 점거 중인 국회의장실에 집결해 15분 만에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뒤편 비상계단을 통해 본회의장에 진입했다. 신학용 의원 등 의원 일부가 전날 밤부터 미리 진입로를 확보했으며 진입 직후에는 준비해간 액체물질로 열쇄구멍을 막고 자전거 체인 등으로 출입구를 봉쇄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점거 직후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회의 권위와 헌법적 가치,민주주의를 위해 사즉생의 각오로 싸울 것"이라는 대국민 성명을 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할 경우 들려나올 수밖에 없겠지만 최후까지 저항할 것"이라며 '옥쇄'의지를 보였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끝내 강행 처리에 나설 경우 의원직 총사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한나라당,법안 처리 앞당길 상황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가 역풍이 일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을 유도하기 위한 정치적 쇼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하루 종일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긴급 의총에서 "민주당이 다시 자해 정치를 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임 의장은 "헌재의 위헌 판결을 받은 법안,올해로 효력이 상실되는 일몰 법안,예산 집행과 관련된 세출 법안은 국회의장이 내키지 않더라도 통과시켜야 한다"며 "기업 양벌규정 폐지,이자를 제한한 대부업법,장학재단 설립에 관한 법이 각각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박희태 대표는 "김영삼정권 때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화하는) 노동법을 단독 처리하자 민주당 등 야당이 크게 반발해 백지화했는데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결국 여당인 민주당이 그 법을 다시 살렸다"며 "우리가 통과시키는 법안이 역사적 법안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의원들을 독려했다.

◆김 의장의 선택은

이에 따라 김형오 국회의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공이 자신에게 넘어와서다. 김 의장은 일단 본회의장이 민주당에 점거된 만큼 법안 상정을 위해선 경호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호권 발동은 김 의장에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다. 김 의장은 일단 위헌 판결 법안과 세출 관련 법안,출총제 폐지와 같은 경제 관련 법안은 통과시키기로 방침을 정해놨다.

유창재/강동균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