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국회본회의장을 기습점거했다. 여당의 독단적 법안처리를 막겠다는 게 이유이지만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다. 망치와 쇠톱 등이 난무하는 육탄전과 농성으로 법안처리를 무산시키더니 이제는 아예 본회의장 문을 걸어잠궜다. 국회의원들이 법안심의를 외면하고도 의회정치를 운운할 수 있는지,국민 앞에 부끄럽지도 않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여야의 모습은 치킨 게임을 벌이며 마주 달리는 기차와 다를 게 없다. 한나라당은 법안의 연내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고,민주당은 "어떤 희생을 치르든 법안 통과를 막겠다"며 사투(死鬪)를 다짐하고 있다. 의회정치의 근간인 대화와 타협을 하겠다는 의지는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고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폭력 투쟁뿐이다.

국회의 임무가 무엇인가. 법안을 만들고 처리해 국민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 아닌가. 18대 국회에 접수된 법률안 3101건 중 본회의에서 처리된 것은 10%대에 불과하다. 서민ㆍ중소기업 관련 법안을 비롯한 수많은 민생법안들이 먼지만 쌓인 채 그대로 방치돼 있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오죽했으면 차라리 국회를 없애버리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겠는가.

여야는 이제라도 대오각성하고 즉각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그야말로 어렵기 짝이 없다. 세계경제 위기 여파로 성장률이 급락하고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가운데 근근히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가 국민 화병(火病)만 돋운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서민생활보호 실업타개 등 당장 시급한 경제살리기 법안부터라도 우선 합의처리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