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각 가정의 경제상황을 봐주지 않습니다. 환자는 불황 때도 어김없이 나오죠.그런 만큼 경제가 어려울수록 질병을 예방하는데 힘써야 합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고 백신 접종을 미뤘다간 나중에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료비로 물게 되니까요. "

지난 9월 국내에 발매된 자궁경부암 백신 '서바릭스' 홍보를 위해 최근 방한한 휴 보가트 GSK 백신사업부 부사장(사진)은 기자와 만나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서바릭스를 찾는 여성들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 최대 백신업체 중 하나인 GSK가 개발한 서바릭스는 자궁경부암 발병 원인의 70%가량을 차지하는 HPV(인유두종바이러스) 16,18형에 의한 암 발생을 최소 6.4년에서 최대 50년 동안 100% 막아주는 백신이다.

보가트 부사장은 향후 서바릭스 매출이 크게 확대될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외모든,건강이든 스스로를 가꾸는 데 관심이 많은 한국 여성들이 50만원 안팎의 '투자'로 매년 28만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자궁경부암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외면할 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여성들은 '나를 가꾸는데 투자하는 돈은 그다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샤넬 같은 명품이 한국에서 잘 팔리는 것도 이런 이유겠지요. 하지만 진정한 '럭셔리'는 명품 가방이 아닌 건강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한국 여성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럭셔리하게 꾸미기 위해 서바릭스를 찾는 한국 여성은 꾸준히 늘어날 겁니다. "

보가트 부사장은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백신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백신 접종비를 아끼려다 훗날 자궁경부암에 걸리면 이보다 수백배 많은 치료비를 물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건강보험을 운영하는 정부도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설명.각종 질병 치료비로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을 쏟아붓느니 백신을 건강보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질병 예방에 주력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 정부는 서바릭스를 비롯한 대부분 백신에 보험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

그는 "GSK는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과 비소세포성 폐암 등 다른 암에 대해서도 예방백신을 개발하고 있다"며 "자궁경부암 외에 다른 암도 주사 몇 대로 예방하는 시대가 조만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