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만 해도 상호저축은행이 할 수 있는 사업이 제한적이었습니다. 돈을 벌려면 이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는데 그게 부메랑이 될 줄은 몰랐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 저축은행 대표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부동산 PF 대출은 금융회사가 건설회사에 부동산 개발사업의 사업성과 미래에 발생할 수익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PF 대출 규모는 12조2100억원으로 전체 여신의 24.1%를 차지한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PF 대출은 저축은행에 효자노릇을 했다. 저축은행들이 2004년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며 여신 규모가 50조원을 넘어서 서민금융회사 이미지에 머물렀던 위상도 높아졌다.

하지만 부동산 PF 대출은 건설사들의 분양 사업이 경기침체로 중단되면서 금융사의 동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점을 갖고 있었다. 특히 PF 대출 중 저축은행이 주로 취급하는 토지계약금 대출은 담보물이 없어 주택담보 대출보다 훨씬 위험했음에도 저축은행들은 대출을 남발했다. 또 토지잔금 대출도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나대지가 담보물인 경우가 많아 담보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견 건설사들의 연쇄 도산은 저축은행 업계에 검은 그림자를 몰고왔다.

PF 대출 연체율이 오르기 시작했다. 2006년 6월 말 5.8%에 불과하던 것이 2007년 말 11.6%,지난 9월 말엔 16.9%로 뛰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자산 규모 3000억원 미만의 소형 저축은행들 중 상당수는 부동산 경기침체가 길어질 경우 PF 대출 부실이 심화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뚝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부실화될 저축은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기침체의 결과이긴 하지만 저축은행 스스로도 상황이 나빠진 것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저축은행은 일반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예금을 조달한 탓에 PF 대출 같은 부동산 대출 관련 고수익ㆍ고위험 영업에 치중해왔다.

결과는 정부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부실을 전문으로 정리하는 캠코를 통해 공적자금에 준하는 돈을 쏟아부으면서 부실 저축은행 살리기에 들어갔다. 이미 부실해졌거나 부실 가능성이 있는 PF 대출 1조7000억원어치를 사주기로 한 것.저축은행 업계 대표들은 1000억원 규모의 공동기금을 조성해 자율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으나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