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에 유령 타운이 생겨났다. "

씨티그룹 애닐 다스완니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최대 카지노 호텔인 베네치안과 진먼대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샹그릴라 및 쉐라톤 호텔 신축 공사장 일대를 두고 이렇게 불렀다. 멈춰선 타워크레인만이 썰렁하게 자리를 지키는 이 곳은 베네치안을 소유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이 5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조성 중이던 리조트 단지로,지난 10월부터 공사가 무기한 중단됐다. 현장 직원 1만1000명은 이미 해고통지서를 받고 뿔뿔이 흩어졌다.

카지노로 잭팟을 터뜨렸던 마카오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2006년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도박의 도시로 올라서며 욱일승천하던 마카오 경제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는 것이다. 마카오 경제는 재정수입의 75%가 카지노에서 나올 만큼 카지노 산업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카지노가 흔들리면서 부동산 가격도 연초 대비 20% 떨어졌다고 홍콩 문회보가 전했다.

전문가들은 마카오 경제가 처한 상황이 중국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경제가 지나치게 과열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긴축정책이 강화됐고,이런 상황에서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져 경착륙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카오는 지난해 성장률이 27.3%를 기록할 만큼 과열 양상을 보였다. 40년간 독점적으로 운영돼왔던 카지노 시장을 2003년 대외에 개방하면서 성장에 탄력을 받았다. 샌즈 그룹이 진출한 이후 MGM미라지 윈(Wynn)리조트 갤럭시엔터테인먼트 등이 뒤를 따랐다. 여기에 지갑이 두툼해진 중국인들이 몰려들었다. 그 덕분에 지난해 마카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6000달러로 홍콩을 제쳤다. 재정수입이 늘어난 마카오 정부는 올초만 해도 주민 53만명에게 보상금조로 1인당 현금 5000파타카(81만원)를 나눠줄 만큼 샴페인을 터뜨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성장의 열매가 카지노 종사자에게만 돌아간다는 비판이 커져갔다. 학생들이 자퇴,카지노로 일자리를 찾아나서는가 하면 은행이나 심지어 병원에서도 카지노 때문에 일손이 모자라는 일까지 빚어졌다. 반정부 시위가 벌어질 만큼 부작용이 커지자 마카오 정부가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했다. 올 4월부터는 카지노 신설 및 슬롯머신 추가 설치를 불허했다. 6월엔 중국인의 마카오 입국제한을 강화했다. 매월 2회이던 비자발급을 6월에 1회,그 다음엔 2개월에 1회,10월부터는 3개월에 1회로 확 줄였다. 마카오 카지노의 큰손인 중국인 입국제한은 공무원들의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의지도 반영됐다.

이는 마카오 카지노 수입에 직격탄을 날렸다. 3월만 해도 103억파타카(1조6860억원)였던 카지노 수입은 11월엔 75억파타카(1조2276억원)로 급감했다. 게다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중국 광둥성에서 올 들어 6만여개가 넘는 기업이 파산하면서 마카오는 설상가상 신세가 됐다. 마카오를 찾는 대부분의 중국인이 광둥성 출신이다. 도이체방크의 캐런 탕 애널리스트는 "내년 마카오 카지노 수입이 올해보다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지노 수입이 뒷걸음질치는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 지도부는 마카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금융위기가 마카오에 주는 충격을 특별히 주시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마카오에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내년에 중국인의 입국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