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환자는 암으로 죽지 않는다. 오히려 굶어죽는다고 할 수 있다. 2006년 미국 뉴욕대 의대 종양학과 전후근 교수 조사에 따르면 암 환자의 영양실조 발생률은 평균 63%였으며 특히 위암과 췌장암 환자의 83%가 영양실조 증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전체 암 환자의 20% 이상은 영영실조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필자도 28년 동안 많은 암 환자를 돌보면서 암 자체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되어 죽은 환자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암 환자는 진단 후 '암=죽음'이라는 뿌리 깊은 등식을 믿고 지레 겁을 먹는다. 이로 인해 공포와 스트레스에 휩싸여 식욕부진에 빠지게 되고 극심한 영양실조로 이어져 사망하게 된다. 물론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로 인한 통증과 구역증 등이 식욕부진을 낳고 때로는 암이 정상조직을 파괴하고 통증이 환자를 괴롭혀 암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70㎏의 체중이 나가는 보통 성인 남성이 암을 처음 발견할 당시 10~20g밖에 되지 않는 암 때문에 쉽게 죽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결론은 암 자체에 대한 공포와 스트레스로 인한 영양실조가 사망의 중대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암인 줄 모르고 병원을 찾았던 환자가 암 판정을 받은 뒤 급격하게 암이 진행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음식 섭취량의 감소와 더불어 절망감과 치료 포기 등으로 음식을 섭취해도 영양분이 제대로 대사되지 않아 생기는 영양실조도 상당하다. 동일한 음식을 먹어도 빨리 씹거나 급하게 삼키면 소화 과정이 부패와 같고,여유를 갖고 꼭꼭 씹어 먹으면 발효와 같다는 말이 있다.

식욕부진으로 인한 영양결핍은 급격한 체력 및 면역력 저하를 초래해 암의 진행을 촉진하고 결국 전이와 재발,사망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암 환자가 영양실조에 빠지면 체중이 줄어들어 항암제 치료를 견뎌내기 힘들고 수술 후 패혈증 등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증가한다. 삶의 의욕마저 잃으면 투병 생활 자체가 어려워진다.

암 환자들은 잘 먹을 수만 있다면,좋아하는 음식을 골라 즐겁고 자유롭게 많이 먹는 게 좋다. 암에 걸리면 소식,채식,저염식 등으로 식사 패턴을 바꾸는 사람이 꽤 있지만 위험하다. 치료가 잘 돼 검사상 암이 없어졌다고 진단받은 한 유방암 환자는 남편의 권유로 시골로 이사를 가 채식을 시작했으나 체력이 복구되기도 전에 고기는 물론 계란 생선까지도 기피하다가 급격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암이 재발된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암 환자들은 적당량의 육류 섭취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암 환자는 고기 먹는 것을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장기간의 지나친 육류 섭취가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과도한 육식이 암 유발의 중요한 요인이긴 하지만 암 환자가 필요량의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으면 체력을 회복하기 힘들어 위험할 수 있다. 고기를 먹는다고 그 영양분이 다 암으로만 가는 것도 아니며 그 영양분이 암만을 선택적으로 자라게 하는 것도 아니다. 의사들 사이에도 이견이 많지만 필자는 수십년간 익숙했던 식사 패턴을 바꾸라고 하지 않는다. 영양 부족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필자는 살 날이 얼마 남았느냐고 묻는 환자나 보호자에게 식사 잘하고 계시느냐고 되묻는다. 잘한다고 대답하면 아직 멀었으니 걱정 말고 지금처럼만 잘 먹으라고 격려한다. 치료 의지와 긍정적인 믿음만 있다면 현대의학으로 암을 극복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암 완치율(5년 생존율)이 미국은 80%에 이르고 유독 암 발견이 늦다는 우리나라에서조차 60%를 넘어 70% 가까이 된다.

항암제가 식욕부진과 구역질을 불러온다고 해서 조기에 치료를 중단하고 면역요법이나 자연요법에만 주력하는 환자가 있다. 항암치료와 이들 치료를 병행하면 효과적일 수도 있으나 암이 꽤 진행된 상태에서는 면역ㆍ자연요법만으로 치료하기 어렵다. 현재 쓰이는 항암제 중 식욕부진 면역력 저하를 직접적으로 야기하는 것은 10%가 채 안 된다.

또 항암제로 인한 식욕부진은 잠시뿐이며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것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잘 먹고 잘 쉬고 편안하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면 아주 효과적인 암 치료를 이미 시작한 셈이다.

최일봉 <우리들병원 사이버나이프클리닉 원장 >

■ 최일봉 원장이 권하는 암 환자를 위한 생활수칙

1.깨끗한 물을 조금씩 자주 마셔라.인체의 70%는 수분이다.

2.과일과 채소 섭취량을 늘려라.암 발생을 10% 낮출 수 있다.

3.탄 음식(헤테로사이클릭아민이란 발암물질)을 피하라.

4.짠 음식(고염분이 위염과 위암 유발)을 멀리하라.

5.담배를 무조건 끊어라.폐암의 80~90%,전체 암의 30~40%가 흡연과 관련있다.

6.술자리를 관리하라.상습 음주자는 간암에 걸릴 위험이 10배 높다. 음주 여성도 유방암 위험.

7.규칙적으로 운동하라.매일 30분 운동은 암세포와 성인병의 씨앗을 억누른다.

8.정기적으로 암 검진한다. 40세 이상은 2년마다 위 내시경,50세 이상은 매년 대장 내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