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 < 직물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 >

이달 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가업상속 세제개편안이 통과됐다.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 상속세 공제한도를 대폭 확대하고 적용요건을 크게 완화했다. 중소기업인으로서 이번 조치에 대해 크게 환영한다.

최근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경기가 위축돼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우리도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통해 일본,독일과 같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장수기업이 많이 탄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중소기업계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너무 높은 상속세 문제로 가업승계의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정책당국에 세부담 완화를 요구해 왔다. 상속세부담으로 수십년간 축적돼온 경영역량이 후대에게 제대로 전수되지 못하고 사장된다면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큰 손실을 안겨다 주기 때문이다.

가업승계가 적기에 이뤄지지 못할 경우 경영자는 적극적인 자세로 경영을 하기보다 현상유지 차원의 안정적인 경영을 선호한다. 이에 따라 투자,신제품ㆍ신기술 개발활동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일본에는 가업승계를 통해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5만개나 되고 독일에서는 세계시장의 6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중소기업만 500여개에 달한다. 이들은 가업승계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정부도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가업승계는 고용승계 및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다. 우리도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100년 이상 된 명품장수기업이 최소한 100개 이상은 나와야 한다. 지난달 27일 독일에서도 상속세법 개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률안에 따르면 가업을 승계한 후 10년 동안 상속 이전의 고용을 유지하면 상속세를 100% 면제해 준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혁신적인 제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독일의 중소기업인들은 이것도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기술과 경영환경이 계속 바뀌고 있는데 어떻게 10년 동안 상속 이전과 같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 내가 만난 어느 독일 중소기업인은 상속세 때문에 오스트리아로 회사를 옮길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정부와 국회에서는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승계를 포기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상속세 추가인하 등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계도 이번 세제개편을 계기로 효율적인 대책을 수립하여 가업승계를 원활하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