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이 저문다. 새해까지 안고 가기에는 버거운 슬픔과 고통을 올 한 해 겪었다면,해넘이를 보며 바닷속으로 잠겨드는 해와 함께 온갖 감정을 씻어내 보는 건 어떨까. 몇 시간만 지나면 해가 다시 떠오르듯 며칠만 지나면 2009년 기축년이니 말이다.

수도권에서 해넘이를 보러 가기 좋은 곳 중 하나는 영종ㆍ용유도다.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경제적으로,편하게 갈 수 있어 더 가깝게 느껴진다.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역에서 내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2번 버스승강장으로 가면 목적지로 향하는 301,302,306번 버스가 5~10분 간격으로 있다.

영종ㆍ용유도에서 해넘이로 유명한 곳은 을왕리해변이다. 평일에도 이 곳을 찾아 해넘이의 정취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1.5㎞ 정도의 해변은 짧은 산책을 즐기기 적당하고,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물 위로 넓게 물드는 낙조를 볼 수 있다.

을왕리해변에서보다 좀 더 호젓하게 해넘이를 즐기고 싶다면 인근의 왕산해변과 선녀바위해변이 좋다. 을왕리해변보다 사람이 덜 붐비기 때문이다. 왕산해변의 '왕산낙조'는 용유팔경의 하나로 이름나 있다.

바위와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낙조를 보고 싶다면 선녀바위해변이 좋다. 해변 가까이 혹은 멀리 흩어져 있는 검은 바위들이 아담하고 오밀조밀한 맛을 더한다. 해변과 멀리 떨어진 바위 위에서 잠시 쉬어가는 갈매기는 해넘이 사진을 찍을 때 좋은 모델이 돼 주기도 한다. 왜 선녀바위해변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그 연유를 알고 싶으면 해변 왼쪽에 우뚝 선 바위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전설에 따르면 영종도에 있던 수군 지휘관의 애첩이 본처에게 모함을 받자,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바다로 몸을 던졌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바위는 여인같다.

['해넘이' 명소 영종ㆍ용유도] 서쪽 수평선 너머 붉게 잠기는 해 지친 내 마음 달래주네
산에 올라 비행기와 함께 해넘이를 보고 싶다면 백운산에 가도 좋다. 공항철도 운서역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평탄한 백운산에 오를 수 있다. 255m 정도인 백운산 정상에 오르면 인천항과 인천대교,강화도까지 보인다. 하늘을 오르내리는 비행기를 보는 즐거움도 있다. 올라가기에도 부담 없다. 걸음걸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정상까지 오르는 데 1시간 남짓 소요되니 백운산 꼭대기에서 해넘이를 보려면 이동 시간을 고려하는 꼼꼼함이 필요하다.

해넘이 나들이를 떠나기 전 이왕이면 날씨를 확인하고 가자.날씨가 맑으면 해넘이 정취를 흐리는 구름의 방해 없이 즐길 수 있을 테니.

해넘이를 보며 묵은 감정을 정리한 후 출출하다면 인근 식당가에서 맛 기행을 즐겨보자.거잠포해변의 종합회타운에 자리잡은 팔미도(032-751-7540)에서는 해물찜을 3만5000원(2~3인 기준)에 맛볼 수 있다. 활어회를 먹고 싶다면 거잠포수산(032-746-3587)도 좋다. 마시란해변 부근에도 가볼 만한 음식점들이 있다. 3인분 이상부터 조개구이가 무한 리필되는 충청도해안선(032-751-9256),영양굴밥을 먹을 수 있는 공항마을(032-746-3005)과 은행나무집(032-746-3021),6000원에 해물칼국수를 파는 황해칼국수(032-746-3017) 등이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겨울 일몰

'누가 줄을 잡아당겼나
잠시 목례를 하고 고개를 드니
해는 어느새 떨어지고 없었다
내 젊음이 저와 같다면
사방천지 피 뿌리며 왜 곤두박질쳤을까

뜨거운 것이 무서워
몸속 불꽃을 자해로
덩어리째 흘려 흘려
어둠 속에 하얀 박꽃으로 피어 있었을 때
해는 잔인하게 더 붉은
얼굴로 떠오르곤 했다
해를 바라보는 것으로
피가 되면 어쩌나 어쩌나

그러나 어차피 내 젊음이 기울어지는
해와 같다면
왜 한 번도 이쁘게 웃지 못하고
안된다는 사랑에 목숨 걸고
밤낮을 죄인처럼 숨어 있었나

해 진 겨울밤은 춥고 아프다
날마다 젊음은 지는 해 따라
조금씩 넘어가고
이제 더는 넘어갈 것 없는 캄캄한 서쪽 하늘
피 한방울의 등불이 그립다.

(신달자 시 <겨울 일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