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기존주택 판매가 최대로 떨어져

미국의 주택가격이 11월에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져 주택시장이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미 경제가 갈수록 암울해지고 있다.

미 경제 상황의 악화가 계속되면서 국제유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23일(현지시간) 미국의 11월 기존주택 판매가 연율 기준 449만채로 전달보다 8.6% 감소했다고 밝혔다.

1년전과 비교하면 10.6% 줄었다.

거래된 주택의 중간 가격은 18만1천300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3.2%나 떨어져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NA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런스 윤은 주택 가격이 대공황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팔리지 않고 매물로 쌓여 있는 기존주택 재고 물량은 연율 기준으로 420만채에 달해 0.1% 늘어났다.

현재 판매동향으로 보면 11.2개월치의 주택 재고물량이 쌓여있는 셈으로 최근에 가장 많았던 지난 4월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며 1980년대 중반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기존주택 거래는 미 주택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기존주택 거래 감소와 가격 급락은 그만큼 주택시장 침체가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미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11월 신규주택 판매는 연율기준 40만7천채로 전달보다 2.9% 감소하면서 1991년 1월의 40만1천채 이후 17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신규주택 판매 중간가격은 22만400달러로 1년전보다 11.5%나 떨어졌다.

IHS글로벌인사이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네어리먼 베흐라베시는 블룸버그 통신에 주택시장이 자유낙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NAR은 11월 주택시장 부진은 증시 약세와 실직자 증가 소비심리 악화 등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불러온 원인으로 지목되는 주택시장의 침체가 이같이 악화일로를 걸음에 따라 미 경제 전망도 더 어두워지고 있다.

미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0.5%를 기록해 지난달초 발표된 잠정치와 일치하며 경제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같이 미 경제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국제유가도 소비 위축 우려로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0.93달러(2.3%) 내린 배럴당 38.98달러에 거래를 마쳐 전날 6%나 급락한데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2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1.18달러(2.9%) 떨어진 배럴당 40.27달러를 기록했다.

트래디션에너지의 애널리스트인 진 맥길리언은 블룸버그 통신에 소비자들이 실직과 생활비 지출에 관한 걱정을 계속하는 한 에너지시장이 강세를 보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천연가스 가격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본뜬 이른바 `가스 OPEC'가 사실상 돛을 올리고 미국의 한파 영향으로 전날보다 9%까지 올랐다.

세르게이 슈마트코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가스수출국포럼(GECF)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새 기구가 탄생했다"면서 "포럼 가입 회원국들이 새 강령에 동의했으며 본부는 카타르 도하에 두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새로운 가스전의 접근성이 떨어져 개발과 운송에 큰 비용이 들 것이라며 이는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값싼 천연가스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