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호황을 이어가던 해외 건설 분야도 글로벌 경기 침체와 유가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위기감에 휩싸인 업계는 비상체제에 돌입했지만, 정부는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으로 일관하고 있다.

2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해외건설 수주 계약액은 9억7954만달러로 지난해 42억2517만달러의 22% 수준에 그쳤다. 특히 중동지역 수주액은 2억2637만달러에 불과해 지난해 25억9559만달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지난 10월 이후 수주액을 보더라도 74억4618만달러로 지난해(140억6231만달러)에 비해 반토막으로 급감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10월 초 해외건설 수주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수주 활동중인 주요 공사들을 수주할 경우 연간 수주액 500억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현재 올해 누적 수주액은 469억달러로 500억달러 달성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국내 주택경기 불황 속에서도 해외건설 수주액은 올해 사상 최초로 400억달러를 돌파하며 건설업계의 효자 역할을 해 왔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에 더해 유가 하락으로 중동 지역 발주가 위축되면서 일단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사우디 등 중동 지역에서 플랜트 사업 추진이 잇따라 지연되고 있어 최근에는 사실상 업계에서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영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발주처 찾기에 나서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실제로 100억달러 규모의 사우디 얀부 정유플랜트 사업과 마니파 샤이바 석유개발 사업 등의 추진이 중단되거나 유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업계에 비해 느긋한 편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세계 경기 침체로 위축될 수는 있지만 최근 수주액 감소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며 "거시적인 측면에서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년 유가가 회복되면 중지되고 있는 계약 협상이 진행될 수는 있지만, 지금 당장 계약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평했다.

한편 지난 7월 147달러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최근 30달러선에서 거래되며 급락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내년에 1999년 이래 최대 규모의 재정적자를 겪을 것이라고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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