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세계화 20억ㆍ해녀박물관 건립 30억…

#사례 1.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최근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의 예산 배정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 등 경북 출신 의원들이 "새마을운동 메카인 경북에서 새마을운동 박람회를 열어야 한다"며 20억원의 예산 반영을 요구해서다. 야당 의원들은 전시성 사업이라며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사례 2.문화체육관광위의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최규성 민주당 의원(김제)은 전주국제영화제에,이진복 한나라당 의원(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예산 증액을 각각 요구했다. 충청권 의원들은 공주.부여 역사문화도시 조성,제주 의원들은 세계섬영화제와 한.일 해녀예술축제에 예산을 요구하는 등 때아닌 '지역문화 수호전'이 벌어졌다.

주먹구구식 예산 심사가 18대 국회에서도 여전하다. 의원들은 선심성 민원을 챙기느라 바쁘고 정부 부처의 비효율적인 '묻지마'식 예산 배정도 끊이지 않는다. 경제위기로 한푼 한푼이 중요한 시기에 국민의 혈세가 새고 있는 것이다. 예산안 처리가 아무리 시급하더라도 새는 돈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들의 막무가내식 '끼워넣기'


각 상임위를 통과해 계수소위에 올라온 예산안을 보면 의원들의 선심성 증액 요구가 두드러진다. 류근찬 자유선진당 의원은 "경북 영천에 있는 국립호국원이 2011년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므로 중부권에 호국원을 조성해야 한다"며 부지 매입비로 65억원을 요청했다. 류 의원은 또 충남도청 신축 지원에 200억원을 증액하고 동물의약품 공동 생산 인프라 구축에 75억원 지원을 요구하는 등 상임위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뛰었다.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각종 지역 행사에도 눈먼 돈이 배정됐다. 한 의원은 산림청 예산안에서 "금강소나무 육성 산업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안면소나무 보호에 나서야 한다"며 조림 예산을 두 배로 늘릴 것을 주장했다.

이 밖에도 해녀박물관(30억원.김재윤 민주당 의원),선비문화연구원(30억원.신성범 한나라당 의원),LED조명도시 조성(270억원.오제세 민주당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역 민원성 예산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SOC 증액 타당성은 뒷전


국토해양부 예산안에서는 '30대 광역경제권 선도 프로젝트'가 대거 증액됐다. 상주~영덕 고속도로와 충주~제천 고속도로의 경우 올해 예산의 열 배 가까운 120억원과 437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아직 기본 설계 중인데도 용지비와 공사비가 포함돼 사업비 '부풀리기'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업성이 낮아 재검토 지적을 받은 동해~삼척 고속도로와 울산~포항 고속도로에도 300억원과 400억원이 각각 신청됐다.

한나라당은 고용을 늘리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이들 사업에 대한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타당성도 따지지 않고 '마구잡이'로 예산을 늘릴 경우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제창 민주당 예결위 간사는"경기 부양을 이유로 지역 민원 사업을 모조리 꺼내오는 의원들의 분위기가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식 예산 배정도


실적과 상관없이 '일단 받고 보자'는 부처 이기주의도 여전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생활체육 인프라 조성사업에 90억원을 계상했다가 의원들로부터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중골프장 조성 등에 최근 3년간 고작 10%만 집행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폐광지역 관광상품 개발 사업은 지난 4년간 예산이 이월된 '실적 제로' 사업인데도 올해 다시 15억원을 요구해 눈총을 샀다. 문방위는 '서편제 지원과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며 동편제 지원에 2억원을 배정했다.

지식경제부에서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현금 지원 사업이 도마에 올랐다. 2007년 예산 50억원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시정 요구를 받았는데도 올해 100억원으로 증액했기 때문이다.

김유미 기자/김영주 인턴(한국외대 4학년)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