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성공때까진 수염 안깎을 것"

"지난 3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짧은 시간이기도 하고 가장 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

오는 12월8일 퇴임하는 백홍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55)은 25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인근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임부터 지금까지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5년부터 항우연을 이끌어온 백 원장은 2006년 아리랑 2호 위성 발사와 지난 4월 한국 첫 우주인 배출,내년 2분기 중 발사될 한국형 발사체 KSLV-Ⅰ 개발 등 굵직굵직한 국가 우주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해왔다. 그는 현재 공모 중인 차기 항우연 원장직에 응했으나 3배수 압축심사를 하기 전에 사퇴했다.

백 원장은 임기 중 아리랑 2호 위성 개발 당시를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꼽았다. 그는 "아리랑 2호 발사는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사항이었고 첫 독자 개발 모델이다 보니 우주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항우연 원장직은 다른 출연연구원 기관장과는 달리 국회 및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러시아 등 외국과의 관계까지도 일일이 챙겨야 할 정도로 어려운 자리"라며 "내부적으로는 항공과 우주 분야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KSLV-Ⅰ 발사는 항공우주 연구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KSLV-Ⅰ 발사가 성공하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외국 기술은 모두 배우게 돼 독자기술 개발시대가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KSLV-Ⅰ까지는 책임지고 마무리짓고 싶었지만 그렇게 못하게 된 것이 가장 아쉬웠고 연구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전에 약속했던 만큼 KSLV-Ⅰ 발사가 성공할 때까지는 수염을 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 원장은 퇴임 후에도 항우연 연구위원으로서 달 탐사와 우주과학 분야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