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개업은 '옛말' … 로펌 채용 줄어 '한숨'
기업도 상위권만 뽑아 "면접이라도 봤으면…"

"안타깝지만 지원자 중에 면접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20명 안팎에 불과합니다. "

사법연수원 38기생들을 위한 '2009년 수료예정자 취업 박람회'가 열린 25일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 본관 26강의실.150여석의 좌석이 꽉차 있다. 여남구 삼성그룹 법무실 전무(변호사.연수원 20기)가 "지원서를 낸 사람 중 일부만 면접 기회를 얻게 된다"고 말하자 사법연수생(이하 연수생)들이 일제히 실망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어려운 사법시험을 통과했지만 취업관문을 넘기가 만만치 않음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연수생 김모씨(32.여)는 "1년에 연수원을 졸업하는 변호사가 1000명 가까이 되기 때문에 취업하기가 만만치 않다"며 "기껏 사법시험을 통과했는데 서류에서 떨어질 걱정까지 해야 하니 주위에서 바라보는 눈도 있어 우울하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설명회가 끝나자 일부 연수생들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강단 앞으로 몰려가 질문공세를 펼쳤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취업설명회를 위해 이곳을 찾은 여 전무는 "작년 200여명의 연수생들이 지원하는 등 기업 사내변호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으나 올해는 작년보다 채용규모가 줄어들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기침체 여파로 변호사 취업시장 규모가 많이 줄었다. 대형 로펌들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많은 30명 안팎의 신입변호사를 뽑는다. 그렇지만 변호사 수 50명 이하의 중소형 로펌과 개인변호사 사무실은 신규 인원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뽑지 않기도 한다. 변호사 수가 40여명인 한 중견로펌은 작년에 5명의 변호사를 채용했지만 올해는 2명만 뽑기로 최근 결정했다.

기업들도 변호사 채용 규모를 줄이는 건 마찬가지다. 작년 사법연수원 취업박람회에는 10개 기업이 참가했다. 그러나 올해는 7개로 줄었다. 취업박람회장을 찾은 연수생 윤모씨(35)는 "영업에 정말 자신있는 사람이 아니면 단독개업을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생각한다"며 "취직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만만치 않다"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 성적이 우수한 연수생들이 법원과 검찰을 택하지 않고 로펌이나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여서 변호사들의 취업문을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이날 한화그룹 LG화학 LG상사 등 기업부스엔 연수생들이 길게 줄지어서 순서를 기다렸다. 반면 이날 오후에 열린 검찰 설명회에는 50여명의 인원만 참석해 변화된 연수생들의 취업선호도를 반영했다.

이정민 사법연수원 기획판사는 "올해 연수원을 수료하는 연수생 수는 980명인데 이 중 군법무관이나 법원.검찰 지원자를 제외한 600여명이 실제 취업하려고 하는 연수생"이라며 "경기가 어려워 기존의 전통적인 부문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