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은행연합회장 취임 … 임금협상 등 현안 협상력 관심

#사례1.지난 22일 저녁 서울 강남의 리츠칼튼 호텔.강만수 재정경제부 장관과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이종구 한나라당 의원 등 정ㆍ관계의 내로라하는 실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황영기 KB지주 회장과 주요 시중은행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등 금융권 고위 인사들도 자리를 같이 했다. 이날 모임은 신동규 신임 은행연합회장(사진)의 딸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한 참석자는 "정관계ㆍ금융권에서 누구나 알 만한 낯익은 얼굴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사례2.25일 오전 10시 은행연합회관 2층 대회의실.신동규 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경제도 살리고 은행도 함께 살 수 있는 상호 윈-윈(win-win) 방안을 은행ㆍ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수립하고 이를 조기에,과감히,충분한 규모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실물부문에 대한 금융 지원이 은행의 건전성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2006년 수출입은행장을 끝으로 금융계를 떠난 지 2년여 만에 은행연합회장으로 컴백한 신 회장의 행보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 회장은 강만수 장관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행시 후배로 과거 재무부에서 근무했다.

강 장관이 재경원 차관시절 금융정책과장을 맡았으며,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경제1분과 간사를 맡았던 강 장관 밑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신 회장은 전광우 금융위원장과는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69학번)로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왔다.

금융권에서는 신 회장의 풍부한 네트워크와 선 굵은 리더십이 난마처럼 얽혀있는 금융권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회장도 취임 일성으로 은행권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시했다.

그는 "자본시장 통합법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보험업법 개정 논의,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등 은행 산업과 직ㆍ간접적으로 관련된 제반 사안에 대해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위기에 대한 은행 책임론이 지배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은행산업의 실상을 정확히 알리기 위한 홍보활동을 강화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신 회장이 가장 먼저 부닥치게 될 과제로 6개월 넘게 끌어온 금융노조와의 금융공동임금단체협약(공단협)을 꼽고 있다. 지난 5월22일 1차 협상을 가진 뒤 20번 넘게 열렸으나 임금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사실상 결렬된 상태다.

신 회장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은행권을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실행하는 일에 앞서 먼저 은행 내부의 갈등을 추스려야 한다. 임금 문제 때문에 은행 노사가 계속 다툴 경우 국민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노조에서도 신임 회장과의 협상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심기/이태훈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