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컨퍼런스, 과감한 경기부양책 필요

"부실 기업은 조속히 구조조정하고 경기 후퇴에 대비한 과감한 재정 및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 ""시스템 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지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계속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 "

세계경제연구원과 국제통화기금(IMF)이 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최근 세계 금융위기,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국제 금융계의 고위 인사들이 내놓은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다. 케네스 커티스 전 골드만삭스 아시아 부회장은 기조연설에서 "부실 채권을 완전히 처리하고 구조조정을 신속히 단행해야 부실이 독처럼 퍼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커티스 전 부회장은 "부실 채권은 와인이 아니라 쓰레기"라며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버리고 과감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실 기업을 구조조정하지 않고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면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지만 이는 전체 시스템에 부실의 독성을 퍼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커티스 부회장은 또 전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자산가격이 내려가면서 부실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에 과감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화량을 늘려야만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며 "다음 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오찬연설에서 "IMF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로 전망하는 등 깊고 긴 경기 후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불경기와 싸우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림쳉훈 IMF 통화자본시장국 부국장은 국내 금융시장 불안과 관련,시스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작지만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인한 변동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림 부국장은 "단기 외채 급증,은행의 높은 예대 비율,경상수지 적자 전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아직 모든 카드를 다 쓰지는 않았다"며 "시장에서는 재정 지출 확대와 기준금리 추가 인하,통화 스와프 확대 등의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