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메티스 신경정신과 의원'을 운영하는 진태원 원장(47)은 아마추어 골퍼들도 스윙 연습 못지않게 '멘탈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챔피언티에서 언더파를 칠 정도의 실력을 갖춘 데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지만 그 자신도 골프를 배운 뒤 오랜 기간이 지나서야 '멘탈'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골프에서는 멘탈이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실력이 향상될수록 멘탈의 중요도는 커지지요. 골프를 하다보면 반드시 슬럼프가 찾아옵니다. 슬럼프는 결국 멘탈로 극복해야 합니다. "

진 원장은 슬럼프가 단계별로 실력이 향상되기 직전에 찾아온다고 지적한다. "100타에서 90타대로,90타에서 80타대로,80타대에서 70타대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골프가 잘 안됩니다. 특히 70타대로 들어선 다음 핸디캡이 5(그로스 77타)로 내려가려면 90타에서 80타대로 들어서는 것보다 훨씬 힘듭니다. 또 핸디캡 3으로 내려오려면 80타대에서 70타대로 진입하는 것보다 어렵고요. 골프는 정말 어려운 운동입니다. "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골프에서 슬럼프가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라운드를 하면서 OB가 나면 이를 받아들이십시오.OB가 나도록 코스를 만들어놨는데 OB가 나는 건 당연한 것이지요. 가끔 프로들도 무너지면서 오버파를 칩니다. 아마추어는 프로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스윙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갑자기 백스윙이나 다운스윙을 바꾸는 등 무리한 교정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신과 잘 맞는 레슨코치를 만나면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잡혀 있는 스윙의 틀을 흔드는 행위는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는 것이다.

2000년부터 골프를 쳐온 진 원장은 최근에서야 골프에서 그립과 어드레스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잘 잡고 잘 서야 굿샷이 나옵니다. 기본 자세가 잘못된 상태에서는 아무리 백스윙이나 다운스윙,폴로스루를 교정해도 무용지물이지요. "

진 원장은 특히 라운드를 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라고 권한다. "동반자가 어려운 퍼팅을 하고 있을 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보세요. 동반자가 그 퍼팅에 성공하면 '정말 어려운 퍼팅인데 대단하다'고 축하해주고 실패하면 '나라도 넣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위로해주는 겁니다. 골프는 마음을 치료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운동입니다. 스윙만 바꾸지 말고 내면을 교정하는 게 중요하지요. 마음을 열고 겸손해지면 플레이가 안정되고 슬럼프도 치료됩니다. "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