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맛 테스트·요리·쇼핑 등 업무밀착형 면접 늘어난다


#사례.지난 20일 오후 서울 수서동 SPC그룹의 파리크라상 서울사무소.흰 가운을 입은 감독관과 입사 지원자들이 마주 앉았다. 지원자들은 컵 4개에 담긴 소금물을 마셔 보고 농도가 진한 순서대로 배열했다. 이어 향과 단맛·쓴맛·신맛·짠맛 등을 구별하는 테스트를 받았다. 한 지원자는 "농도 구분이 가장 어려웠다"며 "관능 테스트에 대비해 담배는 물론 커피도 입에 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입사원 공채에 나선 기업들의 '업무밀착형 면접'이 각양각색으로 진화하고 있다. 틀에 박힌 질의응답식 면접으론 파악할 수 없는 지원자의 직무 적합성·팀워크·인성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취업 전문포털 스카우트의 조형래 이사는 "4~5년 전만 해도 프레젠테이션이나 토론 면접이 이색적이었지만 이제는 너무 일반적"이라며 "업무밀착형 면접을 하는 기업이 100여곳에 달하고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은 서류 전형을 통과한 모든 지원자를 대상으로 향·맛·농도를 가려 내는 '관능 테스트'를 실시한다. 다른 성적이 아무리 우수해도 미맹(味盲)은 탈락이다. 다음 달 9~12일로 예정된 샘표식품의 '요리 면접'은 4인 1조로 요리를 만들고 주제·특징을 발표하는 형식.요리 솜씨가 아닌 창의성·협동심을 주로 본다. 김서인 샘표식품 이사는 "지난해 '열혈남아'조가 가장자리에 두부를 얹은 제육볶음을 만든 뒤 두부가 회사,그 안에 붉은 고기는 열정이 불타는 자신들이라고 표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토니로마스,매드포갈릭을 운영하는 썬앳푸드는 점장 선발 때 문화생활·쇼핑·술자리 등 세 가지 '코드 면접'을 실시한다. 신서호 마케팅영업본부장은 "쇼핑 면접은 트렌드 감지 능력을,술자리 면접은 친화력·인간성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월엔 베니건스가 점장 지망자 120여명을 대상으로 자기 홍보,노래,뮤지컬 등 정해진 틀 없이 개성을 발휘하게 하는 '파티 면접'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상반기 채용 면접 때 커피숍에서 과장급 실무자가 지원자와 1 대 1로 '대화형 블라인드 역량면접'을 실시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26일부터 '시뮬레이션 면접'을 실시한다. '승객이 쪽지를 몰래 전해 줬을 때''어린이가 소란을 피울 때' 등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물어 승무원에게 필요한 순발력과 재치를 평가한다.

이처럼 면접이 다양화하는 것은 최근 지원자들의 학력,자격증,토익 성적 등이 엇비슷해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력서에선 확인할 수 없는 '사람' 자체를 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면접에 드는 비용·시간이 적지 않지만 오히려 최적의 인재를 가려내면 채용 후 적응훈련·교육비를 줄일 수 있어 더 이익이란 얘기다.

최진석 기자/김정환·정원하 인턴(한국외대)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