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관련 세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한치 앞도 못보는 정책으로 국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 작업을 하면서 코앞에 닥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내다보지 못한 채 섣불리 세금 완화방안을 내놓았다가 국회 심의도 하기 전에 전면개편 논란에 쌓여있다.

국제통계자료를 인용할 때는 정부 입장에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서 내놓는 바람에 국정의 신뢰도 하락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또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생뚱맞게 양도소득세 비과세 조항의 거주요건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가 비난이 일자 결국 거둬들이기도 했다.

◇헌재 판결 직전에 감세안..화 자초
헌법재판소의 종부세 위헌소송 결정을 1개월여 앞두고 내놓은 재정부의 종부세 완화방안이 한치 앞을 못내다본 정책으로 국민 혼란만 가중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과세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조세저항을 부추기거나 부동산 시장의 거래 악화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9월말 내놓은 종부세 개편안의 핵심은 주택분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과세기준이 되는 주택의 범위를 좁혀 종부세 납부 대상을 줄이는 형태로 감세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헌재가 종부세법 제7조의 세대별 합산과세 규정에 대한 위헌판결을 내리면서 정부가 내놓은 감세안은 다시 전면 개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안대로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헌재의 결정대로 세대별 합산을 인별 합산으로 수정하면 부부 공동명의자의 경우 종부세 과세 기준이 기존 6억원에서 18억원으로 오르는 효과가 있어 조세 부담 계층이 정부 예측보다도 크게 줄기 때문이다.

당정은 이 때문에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기로 한 개정안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문제를 놓고 고심중이나 이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높여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 위축되고 정부 신뢰도만 떨어지게됐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헌재 판결을 1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정부가 대대적으로 종부세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이제와서 다시 후퇴하는 꼴이 됐다"며 "감세 대상에 들어갔다 빠진 계층의 조세저항에 반박 논리가 궁색해졌다"고 말했다.

◇ 통계 '아전인수'식 해석도 물의
재정부 세제실이 종부세 부담 완화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개편안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통계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세제실은 지난 9월23일 브리핑에서 종부세 개편 필요성과 관련해 "종부세제는 담세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세부담으로 지속이 불가능한 세제"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시 재산과세 비중이 높은데도 매년 과표적용률이 상승하도록 돼 있어 세부담이 급증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제실은 그 근거로 총조세 대비 우리나라의 재산과세 비중은 12.8%로 미국(11.4%), 일본(9.7%) 보다 높은 것은 물론 OECD 회원국 평균(5.6%)의 2배를 초과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산과세 비중을 따져봐도 미국(3.1%), 일본(2.7%), OECD 평균(2.0%)에 비해 우리나라(3.7%)가 높다고 세제실은 강조했다.

그러나 여기서 재산과세는 재산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물론 부유세, 상속세, 부동산 관련 거래세, 증권거래세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산과세 부담이 높은 것은 선진국과 달리 부동산 거래가 빈번해 취.등록세 등 거래세수 비중이 크고 주식 직접투자의 활성화로 증권거래세도 많이 걷히기 때문이다.

즉 종부세나 재산세 때문이 아니라 거래세 때문에 우리나라의 재산과세 비중이 높은데도 정부는 종부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근거로 재산과세 관련 지표를 제시해 통계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실제 OECD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기준 총조세와 GDP에서 보유세(종부세와 재산세 및 이에 붙는 각종 부가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가 각각 3.04%와 0.81%로 OECD 회원국 중 10위와 12위 정도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안택순 재정부 재산세제과장은 "우리나라의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부담이 OECD 평균과 비슷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고 팔 때 세부담이 높아 전체 재산과세 부담은 OECD에서도 가장 높다"면서 "OECD 국가와 부동산 세부담을 비교할 때는 통상적으로 (보유세가 아닌) 재산과세 개념을 쓰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양도세 거주요건 강화 슬그머니 없애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안을 만들면서 양도소득세 비과세 거주요건 강화를 추진했다가 최근 슬그머니 이 방침을 '없었던 것'으로 했다.

세제실은 양도소득세 개편안을 처음 발표할 당시 시행령 개정 후 최초 취득분(잔금 청산기준일)부터 양도세 비과세를 받기 위한 거주요건을 현행 '3년 보유, 2년 거주'에서 '3년 보유 3년 거주'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도 '3년 보유' 요건만 있던 것을 '3년 보유, 2년 거주'로 강화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조치는 전체적인 부동산 세금부담을 완화하는 개편안의 취지에 역행,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인데다 이미 지방 등의 분양물량을 계약한 사람들에게는 피해갈 수도 없는 소급입법을 한 셈이어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또 정부가 이때 함께 발표한 부동산 장기보유특별공제 확대조치의 경우 거주요건을 충족하도록 강제하지 않아 강남의 부자들에게는 혜택을 너그럽게 주는 반면 자기 집에 살지 않고 세를 주는 사람은 1가구 1주택자를 포함해서 모두 '투기꾼'으로 간주해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몰형평성 조항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비난이 이어지고 부동산 경기 침체도 심화하자 정부는 지난 9월 22일 부처 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거주요건 강화 규정을 내년 7월 이후 최초 계약 체결분부터 적용하기로 한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지방 미분양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규제 강화의 '완전 철회'가 아닌 '시행 연기'로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없앨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자 지난 11월3일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이 내용을 완전히 빼버렸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시장이 얼마나 얼어붙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정책을 발표하더니 몇개월 지나지 않아 별다른 설명도 없이 빼버렸다"면서 "이 같은 정부정책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활성화되기는 커녕 불신만 커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박대한 박용주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