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의 아시아 제패 꿈을 좌절시킨 대만 퉁이 라이온스는 지난해 SK에 대패했다.

SK는 지난해 11월10일 아시아시리즈 예선 3차전에서 만난 퉁이에 13-1, 7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이때도 채병용이 선발로 나서 5회까지 5안타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고, 박경완의 솔로 홈런을 포함해 장단 12안타와 사사구 8개로 대만 마운드를 무차별 폭격했다.

반면 6안타에 그친 대만은 5회 양송쉬엔의 솔로홈런으로 영패를 면한 게 고작이었다.

퉁이는 이때부터 이를 갈았다.

야구를 `국기'처럼 생각하는 대만 프로야구리그 우승팀 체면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
리원성(46) 퉁이 감독은 올해 시즌을 치르는 내내 아시아시리즈에서 SK를 만나 복수를 하는 꿈을 꾸었다.

SK가 일본 팀을 꺾겠다며 이를 간 것과 비슷했다.

올 시즌 100경기를 67승33패(승률 0.670)로 끝냈고, 지난달 2일엔 형제 엘러펀츠를 4승3패로 누르고 2007년에 이어 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2연승, 통산 6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리원성 감독의 눈과 귀는 한국으로 향했다.

지난해 패인을 SK 철벽 투수진에 당했다고 반성했기 때문. SK와 두산이 지난달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동안 코치 2명을 한국에 파견해 정보를 모았다.

1∼7차전 모든 경기를 비디오에 담았고, 이 자료를 보고 또 보며 SK 투수들의 약점을 찾았다.

이 또한 SK가 일본시리즈 동안 전력분석팀을 파견해 세이부의 정보를 수집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리 감독은 15일 승부에서 과감한 작전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우선 선발투수로 예상된 해크먼 대신 중간 계투 요원 린웨핑을 1회 초부터 마운드에 올렸다.

지난해 용병 에이스 피터 먼로를 선발로 내세웠다가 쓰라린 패배를 당했기 때문. 린웨핑은 올시즌 43경기에 나와 7승4패17세이브(평균자책점 3.87)를 거둔 구원 전문 투수였지만 감독의 언제든 선발로 나가라고 지시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의 역할을 100% 수행했다.

대만 야구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번트를 즐겨 쓰고, 퉁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15일 경기에선 승부처에서 번트 대신 강공 작전을 썼다.

리 감독은 경기 후 이를 두고 "오늘 우리가 3점 이상 점수차로 이기지 않으면 결승에 오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이기긴 했지만 리 감독은 SK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그는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SK 같은 강팀을 이길 수 있어서 기쁘다"며 "SK는 선발이든 구원투수든 마무리든 모두 훌륭한 팀이다.

나도 앞으로는 투수 육성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또 박경완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7회말 1사 1,2루에서 주자들에게 더블스틸을 지시했을 때 SK 포수(박경완)이 예상과 달리 공을 3루가 아니라 2루에 던지더라. 이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SK는 정말 강한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