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보유 1주택자 처리방향도 논란예고

헌법재판소가 종합부동산세법의 세대별 합산조항에 위헌을, 주거용 1주택 장기보유자 과세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이미 제출된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로서는 이런 헌재 결정을 개편안에 추가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민주당에서는 헌재 결정은 존중하겠지만 정부의 개편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지난 9월말 내놓은 종부세 개편안을 놓고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더욱이 한나라당도 세대별 합산 위헌에 따라 주택분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겠다는 정부 개편안의 핵심에 대해 조정하겠다는 뜻을 펴면서 개편안이 크게 수정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 흔들리는 9억원 기준..6억원 유지?
헌재가 종부세법의 제7조 세대별 합산과세 규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림에 따라 별도 세법개정이 없더라도 올해분부터 인별 합산 방식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과표적용률 작년 수준(80%) 동결, 보유세 부담 상한 전년대비 150%로 축소 등의 내용이 반영될 경우 올해 종부세 징수액은 2조6천억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세대별 합산이 인별 합산으로 전환되면서 5천억 원 가량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정부는 2006년 및 2007년 종부세 신고납부자로서 세대별 합산 대상자가 납부한 종부세는 인별 합산과세 방식으로 재계산해 당초 납부한 세액과의 차액을 신고납부자에게 가급적 연내에 환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세대별 합산과세에 대한 위헌 결정은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에 담긴 과세기준 상향조정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종부세는 세대별 합산을 통해 6억 원 이상의 주택 보유자에 부과된다.

정부는 올해 종부세 개편안에서 과세기준을 기존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조정해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하고 이를 반영한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세대별 합산과세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내려지면서 사실상 과세기준은 현행법 기준으로도 12억원으로 올라간다.

12억원짜리 주택을 보유한 가정에서 부부가 주택을 6억원씩 분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정부가 제시한 과세기준 9억 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에 일정부분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야 모두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정부안대로 9억 원으로 상향조정하면 사실상 종부세 과세기준이 18억 원 주택으로까지 올라갈 수 있고 이 경우 종부세는 명목 뿐인 세목으로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한 세대가 9억 원으로 재산을 분할할 경우 과세기준이 18억 원이 되기 때문에 조정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고 민주당 이용섭 제4정조위원장은 "현행대로 6억원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해 과세기준 상향 조정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 1주택 장기보유자 대체입법에 주목
헌재가 주거 목적의 1주택 장기보유자, 장기 보유자가 아니더라도 별다른 재산이 없거나 수입이 없는 경우에 대한 일률적 과세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헌재가 내년 말까지는 효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결정함에 따라 정부는 1년의 여유가 있는데다 당정협의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세저항이 우려되는 만큼 내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번 개편안에 반영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도 적용시기 등에 대해 한나라당과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재 결정을 반영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아예 예외를 허용해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법이 우선 거론된다.

하지만 종부세가 보유세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이 보다는 과세표준과 세율 조정 등을 통해 세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유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이미 국회에 제출된 종부세 개편안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는 점은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1세대 1주택 고령자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해 60세 이상부터 연령대별로 10~30% 공제해주기로 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1세대 1주택 고령자가 별다른 수입이 없어 담세력이 약한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거주목적에 해당하는지, 장기보유를 어느 정도 기간으로 정할지가 쟁점이고 장기 보유자가 아니더라도 별다른 재산이 없거나 수입이 없는 경우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지도 정부의 과제다.

그러나 이런 대체입법은 이번 개편안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미 개편안에서 현행 '3억-14억-94억원이하-94억원초과' 등 4개 구간에 걸쳐 각각 1-1.5-2-3%의 세율을 '6억-12억원이하-12억원초과' 등 3개 구간에 0.5-0.75-1%로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9억원 기준과 맞물려 종부세 부담을 70% 이상 완화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 때문에 헌재 결정까지 반영할 경우 종부세의 효력이 무력화된다.

이런 상황에 비춰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대체입법이 이번에 이뤄질 경우 정부의 과표 및 세율 완화방안과 뒤엉키면서 서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당정-국회 거치며 수위조절 불가피
향후 관심은 당장은 당정협의에, 그 이후에는 여야 간의 절충에 집중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이미 국회로 넘어가 있는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의 조정 범위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정부 개편안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시각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 헌재 결정까지 가세하면서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이 크게 손질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14일 "주거목적 1주택 장기보유자 등을 고려하는 추가적인 입법조치, 적용시기, 정부제출법안의 조정 등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당정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이 언급한 '정부제출법안의 조정'은 종부세법 7조의 세대별합산 규정 삭제도 포함하지만 기존 개정안을 수정할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당정을 거치며 수정되더라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민주당이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종부세는 이미 이명박 정부와 전 정부(참여정부), 여당과 야당간 자존심 싸움의 상징처럼 돼 버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종부세폐지반대본부장인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민주당은 부동산 과다보유 억제를 위한 종부세 기능 훼손을 막기 위해 국민과 함께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완강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 개편안의 근간을 이루는 과세기준 9억원과 과표 및 세율 완화방안이 헌재의 결정 내용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수위 조절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박대한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