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발전기조 유지..대북정책엔 차별화
오바마 당선시 韓정부와 '정서' 차이 노출가능성


미국 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차기 미국 정부의 대(對) 한반도 정책이 한국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미 대선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 밖에 없다.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거나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막판 대역전에 성공하더라도 지난 8년을 이어온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며 이는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한반도 정세는 한국과 미국의 정부 교체와 맞물려 미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미국의 민주당 정부가 북.미 직접 협상을 전개할 때 한국 정부(김영삼 정부)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만 협상하고 한국을 봉쇄한다) 전술이 한동안 구사됐다.

그런가 하면 김대중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클린턴 정부 말기 북.미간 최고위급 지도자의 교환방문 등으로 조성된 2000년의 '통큰 협상' 분위기는 부시 정부 출범 이후 물거품처럼 사라졌고 급기야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에 핵위기까지 밀려오기도 했다.

현재까지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전체적인 한미동맹의 발전기조는 오바마 후보나 매케인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현재처럼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관계가 군사동맹을 넘어 글로벌 이슈를 함께 협의하는 포괄적인 동맹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데 두 후보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지향까지 겹칠 경우 미국의 신정권 하에서도 한.미 관계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문제에 있어서도 두 후보 모두 '한국역할'을 확고히 존중하고 있으며 남북통일이 될 경우에도 '한국 주도의 통일'에 견해가 같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 아시아연구센터의 브루스 클링너 동북아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8일 연합뉴스에 보내온 기고문에서 "한.미 관계 정책에서 두 후보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서 "두 후보는 모두 군사적 동맥, 강력한 경제파트너, 미국처럼 자유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나라로서 한국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경우 보수 성향의 이명박 정부와의 '정서적 코드'에서 부자연스러운 현상이 노출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을 개입시켜놓고 보면 다소 상황이 달라진다.

부시 행정부의 경우 집권초기에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힘을 바탕으로 한 압박정책을 구사하다가 재선에 성공한 2기부터 갑자기 북한과의 협상에 주력하는 노선으로 전환했다.

현 시점에서 보면 부시 행정부의 대북 노선이 '대화보다는 압박'을 선호하는 공화당 성향보다는 '제재보다는 협상'을 지향하는 민주당에 가까운 편이다.

물론 전체적인 맥락에서 부시 대통령과 흐름을 달리하지만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경우 보다 적극적인 대북 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후보 자신도 김정일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오바마 후보 진영의 동북아 수석고문을 맡고 있는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는 최근 토론회에서 "북한과 의견차이가 있더라도 북.미간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경우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프랭크 자누지 한반도 정책팀장이 대통령 당선 이후 북한과의 협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외교대표부 조기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반면 매케인 후보는 '압박'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매케인 후보진영의 외교안보 실무를 책임지는 마이클 그린 전(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은 "북한은 압박을 가하지 않으면 변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매케인 후보측은 민주당 클린턴 정부 시절 북한과 맺은 제네바 합의가 결실을 보지 못한 것은 압박과 제재라는 옵션을 테이블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으며 이를 오바마 진영에도 적용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두 후보가 현재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정책분야로 꼽을 수 있다.

오바마 후보의 경우 한.미간 불균형 무역분쟁 소지가 있는 자동차 교역과 쇠고기 등과 같은 문제가 조정된 후에 비준해야 한다는 생각인 반면 매케인 진영은 한.미 FTA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유력한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미간 무역관계에 다소 긴장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민주당이 미 의회 다수당이기 때문에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 행정부를 상대로 한 설득작업만 원활히 이뤄진다면 오히려 부시 정부 보다 쉽게 FTA 비준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