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다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0월8일 미국 영국 EU 중국 등 7개국이 동시에 금리를 인하한 이후 두 번째다. 금융위기가 글로벌 실물경제의 악화로 번지고 있는 데다,주가 폭락 등 금융시장도 여전히 불안한 데 따른 추가 대응책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8일과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지난 21일 미 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통화정책이 제공하는 부양책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고 자금시장을 개선시켜 경기 회복을 도울 것"이라고 재차 강조해 공격적인 금리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FRB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에서 0.5%포인트 더 내려 2004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연 1.0%로 낮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선 지난 3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으며 4분기에도 18년 만에 최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악관의 다나 페리노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오는 30일 발표될 예정인 3분기 경제성장률과 관련,"성장 지표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3분기는 물론 4분기 역시 나쁠 것 같다"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이 부정적인 경기 전망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0.5% 감소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어 4분기 성장률은 ―2%로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씨티그룹은 예상했다. 이 같은 부정적인 전망은 FRB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인하에 동참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ECB가 다음 달 6일 금리회의에서 현행 연 3.75%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에릭 닐슨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며 "주가 폭락이 이어질 경우 다음 달 회동 전이라도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0.2% 감소,경기침체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BOE)의 머빈 킹 총재도 최근 "영국 경제가 침체에 진입하고 있다"며 BOE가 또 한번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이 현재 4.5%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영국 국가통계청은 24일 지난 3분기 성장률이 16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0.5%)로 돌아서 경기침체의 문턱에 있다고 확인했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26일 시중의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는 방향으로 거시 조정정책을 펴 나가겠다고 밝혀 중국도 연내에 한두 차례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유병연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