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종합주가지수가 장중 1,000선이 무너지는 등 금융시장이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금융과 건설을 아우르는 정부의 전방위 대책에도 실물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의 `패닉'(공황상태)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일부 신흥국가가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고 국내적으로는 경기 둔화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신호가 나오고 있어 당분간 기력을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세계 금융위기 타개를 위한 추가적인 국제 공조와 정부의 새로운 대책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시계제로'..주가 장중 1,000선 붕괴

이날 외환시장에서 하락세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다시 올라 1,430원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공세로 장중 4% 넘게 급락하며 1,000선이 깨지기도 했다.

국제 금융시장의 경색이 풀리지 않고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이탈이 지속되는데 따른 것이다.

전날 수출입은행이 1억5천만 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지만 은행들의 달러난을 덜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해외에서 국내 은행들의 신용 위험도를 가늠하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정부가 외화 차입에 대한 지급보증 계획을 발표한 직후인 20일에 하루 하락한 뒤 다시 오르고 있다.

22일 기준 국민은행이 발행하는 5년 만기 외화채권의 CDS 프리미엄은 6.43%로 전날보다 0.69%포인트 올랐으며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실물경제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작년 동기 대비 3.9%를 기록해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성장률이 정부가 예상한 5% 안팎보다는 크게 낮은 3%대에 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고용과 주택 압류 등 경기지표도 나빠지고 있고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들도 비슷한 사정이어서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국내 금융시장을 뒤덮은 먹구름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바닥 예측 못한다..불안 지속"

국내외 불안 요인의 확대로 추락하는 금융시장의 바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푸르덴셜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장중 1,000선이 깨졌는데 투자 심리의 위축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금융권의 신용경색 문제가 정부의 잇따른 조치에도 해소되지 않아 주가의 바닥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증시에서 매수 세력이 없는데다 외부적으로 신흥시장 국가들의 파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며 "한국도 신흥시장의 하나로 분류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치솟고 주가는 급락해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조치로 국제 금융시장이 진정되기 전에는 환율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일본, 중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소속 10개국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800억 달러 규모의 공동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한 것이 향후 금융시장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지 주목된다.
정부가 한국은행의 은행채 매입과 증권.자산운용사 자금 지원 등의 금융대책을 언제 실행할지도 관심이다. 실물경제의 침체를 막기 위한 추가 대책에 금융시장의 눈길이 쏠려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정성호 최현석 기자